다문화시대, 이젠 산후조리도 맞춤형… “미역국 억지로 안 먹어도 돼요”
입력 2013-12-16 01:35
청년기업 ‘맘마미아’ 같은 국적 산후조리사 연결
“언니, 오늘 저녁은 뭐예요?” “하노이식 돼지고기 어때요?”
15일 오전 경기도 화성 진안동의 한 다가구 주택 주방. 베트남 여성 두 명이 능숙한 우리말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집안 곳곳의 전자기기와 생활용품마다 우리말 이름표가 붙어 있는 이곳은 ‘베트남 새댁’ 판티미 김(21)씨의 자택이다. 판티미씨 옆에서 생후 16일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 또 다른 베트남 여성은 우엔티 타오(25)씨. 판티미씨의 ‘고향식 산후조리사’다.
이들은 다문화 산후조리 청년기업 ‘맘마미아’에서 만났다.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4학년 한만형(27)씨가 만든 이 기업은 출산한 결혼이주여성에게 같은 국적의 산후관리사를 연결해 준다. 전문적인 산후조리 교육을 받은 외국인 여성들이 신생아를 함께 돌봐주고 자국 방식으로 식단도 만들어 준다. 지난 7월 창립돼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단계지만 이주여성들 사이에서는 벌써 입소문이 꽤 났다.
한씨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외부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내가 받은 온정들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며 회사 창립 계기를 밝혔다.
창업 아이디어는 한씨를 비롯해 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 ‘인액터스’ 회원들이 모여 짰다. 2011년 9월부터 발로 뛰며 기존 사회적기업의 손길이 아직 미치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의 고충을 모았다. 그중 “아이를 낳고 너무 힘든데 시어머니는 한번도 안 먹어본 미역국만 계속 먹으라고 했다”는 이주여성의 설움에 주목했다.
한씨는 “같은 국가의 여성을 산후조리사로 연결해 주면 타국에서 외로움을 겪던 산모는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고,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안정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막상 회사를 열자 또 다른 장애물이 닥쳤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최소 수익은 나야 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산후조리사 신청은 꿈도 못 꾼다는 이주여성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스폰서가 필요했다. 한씨는 사업 기획서를 들고 무작정 여러 공공기관과 기업 등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맘마미아는 법인 설립 넉 달 만인 지난 6월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산후조리 서비스 이용금액 75만원(2주 기준) 중 30만원을 지원받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산후조리사 우엔티씨는 “2010년에 첫딸을 낳고 베트남식 삶은 족발이 너무 먹고 싶더라”면서 “베트남과 한국의 산후조리 방식이 많이 다르다보니 같은 처지의 모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티미씨는 “동네에는 베트남 사람이 없는 데다 친정 엄마가 비자를 못 받아 한국에 못 들어오는 상황이라 너무 외로웠다”면서 “아이를 낳고 나면 외로움이 더 심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고향 언니 같은 친구가 생겨서 정말 좋다”고 활짝 웃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