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못한 세계 남기고… 굿바이 만델라!

입력 2013-12-16 02:29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5일(현지시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묻었다. 5일 만델라 타계 후 국가 애도기간을 가진 지 열흘 만이다. 만델라가 사라진 남아공은 생전 그가 남긴 ‘인종차별 없는 민주주의’라는 유지를 이어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만델라 장례식은 이날 그의 고향인 쿠누에서 국장으로 거행됐다. 생전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에 묻히길 원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내 중심가에 대형 천막이 마련됐고, 만델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수백명의 시민들이 남아공 국기를 흔들며 모여들었다. 장례식은 만델라가 속한 코사 템부족의 전통의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마지막에 가족 묘원에 묻힐 때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찰스 영국 왕세자, 자카야 키크웨테 탄자니아 대통령, 미국에서 활동 중인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등 5000여명이 장례를 지켜봤다. 만델라와 함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싸운 데스먼드 투투 주교도 우여곡절 끝에 장례식에 참석, ‘투쟁 동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투투 주교가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남아공 정부가 뒤늦게 초청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ANC를 비판해 온 투투를 홀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례식이 끝난 뒤 쿠누 시민들은 반(反)아파르트헤이트 노래인 ‘우리 대통령’ ‘만델라를 석방하라’ 등을 부르며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에브라힘 제프타는 “새벽 2시에 일어나 꼬박 7시간 걸려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만델라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을 이렇게나마 보이려 한 것”이라고 울먹였다.

앞서 11~13일에도 수도 프리토리아 정부청사인 유니언빌딩에 안치된 만델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로이터통신은 만델라의 인기가 향후에도 지속돼 ‘만델라 브랜드’ 가치가 코카콜라와 맞먹을 것이라고 마케팅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유가족, 넬슨만델라재단, ANC 등이 ‘만델라 브랜드’ 선점을 다툴 경우 만델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만델라는 생전 자신의 재산을 두 축으로 나눠 하나는 후손을 위해 교육을 위한 신탁금으로 남겼으며, 나머지 저작권과 등록상표, 특징물 등에 대한 권리를 재단이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교육 신탁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만델라 브랜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재단도 별도의 기금 마련 운동에 만델라 이름을 활용하고 있다. ANC 역시 만델라를 정치적 자산으로 부각시키며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통신은 꼬집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