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 ‘자료상’ 적발

입력 2013-12-16 02:28


2조원이 넘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이른바 ‘자료상’들이 검찰과 국세청의 합동단속에 대거 적발됐다. 자료상들로부터 가짜 세금계산서를 매입한 일반 사업자들은 이를 세금 탈루 등에 이용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검사장 오세인)와 국세청은 지난 9월부터 자료상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해 총 2조1293억원에 이르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자료상 70명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58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자료상이란 유령업체를 설립한 후 다른 사업자에게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주는 업자를 말한다.

일반 사업자들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매입해 부가가치세 포탈 등에 이용했다. 예를 들어 의류판매업자 김철수(가명)씨는 지난해 의류 100억원어치를 매입해 150억원에 팔았다. 김씨가 내야 할 부가가치세는 5억원(매출액에서 매입액을 뺀 금액의 10%)이다. 그런데 김씨가 자료상에게서 20억원짜리 가짜 세금계산서를 1000만원에 사들인 뒤 매입액을 부풀려 신고하면 김씨가 내야 할 부가가치세는 3억원으로 줄어든다. 김씨는 1000만원을 들여 2억원의 세금을 줄이게 된 셈이다. 검찰과 국세청은 이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이들에게 1차적으로 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사업자들은 속칭 ‘끼워 넣기’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하기도 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지 않으면서도 하도급을 받아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KT 등 대기업에 물건을 공급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해 관할 세무서에 제출한 혐의로 소프트웨어 개발사 대표 유모(64)씨를 지난달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적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전자업계, 건설사 등에서 ‘끼워 넣기’가 성행한다”며 “대기업 사업에 참여한 실적이 있으면 사업수주와 대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료상들은 이런 사업자들의 수요에 편승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주고 2~5%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 관련 자료상들이 많았지만 2007년 금 거래와 관련한 ‘매입자부가세 납부제도’가 시행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최근에는 무자료거래가 빈번한 폐동·석유 관련 자료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사료·휴대전화·화장품 관련 자료상도 등장하고 있다.

검찰과 국세청은 최근 자료상들이 점차 대규모·점조직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지청과 중부지방국세청이 적발한 자료상의 경우 가짜 세금계산서 세탁을 위한 ‘간판업체’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여러 개의 자료상 업체를 관리하는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었다. 조직의 실제 운영자인 구모씨는 바지사장이 조직자금을 빼돌려 도망가자 주변 인물을 감금하고 협박하는 등 2차 범행도 저질렀다.

이동열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검찰과 국세청은 앞으로도 정보 공유와 업무 협조를 통해 조세범죄를 엄정하게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