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정권 1년] 美와 동맹 굳건히 하면서 韓·中과는 끊임없는 갈등

입력 2013-12-16 01:38


(상) 동북아 신 냉전 도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이 16일 중의원 선거에서 기록적인 대승을 거두며 정권을 잡은 지 꼭 1년이 됐다. 출범 1년을 맞은 아베 총리의 대외 정책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 평화주의’ 구상 실현을 위한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창설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는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한국과도 과거사 인식문제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주변국 외교에는 대체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일 동맹 굳건화, 동북아 신 냉전?=민주당 정권 시절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로 불협화음을 겪었던 미·일 관계는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올 2월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일본은 농민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가했다. 보수세력이 강조하는 미·일 동맹 강화를 현실화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미·일 동맹 강화를 계기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군사대국화로 가는 근거로 삼았다. 미·일 동맹 강화의 상징은 올 10월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담이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양국은 16년 만에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키로 합의까지 했다. 패전국에서 벗어나 보통국가로 가는 행보를 차근차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는 계속 갈등을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올 1월 취임 첫 방문지로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선택하며 중국 포위 전략을 노골화했다. 결국 지난달 23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한국 역시 과거사 인식문제로 끊임없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적극적 평화주의 실현 현실화=대외정책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은 바로 패전국에서 벗어나 국제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올해 외교·안보 정책 재정비에 속도를 냈다. 당장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일본판 NSC를 지난 4일 창설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또 오는 17일에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과 신 방위대강 등을 모두 확정할 예정이다. 일본판 NSC는 총리가 의장으로 운영을 총괄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정보를 수집해 국가전략 수립과 위기관리, 정보 집약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 NSC를 설치한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패전의 원인이 바로 끊임없이 이어진 해군과 육군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의 비공식 자문기구인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유식자 간담회’의 좌장인 기타오카 신이치 전 유엔대사는 “일본의 안보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외교와 군사를 묶는 기본 방침이 필요해 NSC를 창설하고 안보전략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본의 NSC 창설이 신속한 위기관리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군국주의로 가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미국 뉴욕 허드슨연구소 초청강연에서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로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 달라”고 언급하는 등 자신의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