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신사 서울 명동서 6800여만원 기부… 자선냄비에 2013년에도 ‘얼굴없는 천사’

입력 2013-12-15 19:39 수정 2013-12-16 01:42


올해에도 성탄절을 앞두고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서울 명동의 자선냄비에 거액을 쾌척했다.

지난 12일 눈발이 거세지던 오후 2시∼2시30분쯤 코트를 입은 한 노신사가 명동의 자선냄비에 흰색 봉투를 넣고 금세 명동성당 쪽으로 사라졌다. 60대로 보이는 기부자가 넣은 봉투에는 6819만원짜리 무기명 채권(사진)이 들어 있었다. 한국구세군 측은 이 채권이 시중은행에서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진짜 채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명동 자선냄비에는 3년째 이와 비슷한 익명의 거액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60세 안팎으로 보이는 남성은 명동의 자선냄비에 1억57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기부했다. 자신을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히며 동봉한 편지에는 ‘이웃에게 사랑을 많이 나눠주셨지만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부모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2011년 12월 4일 1억1000만원짜리 수표를 편지와 함께 명동 자선냄비에 넣은 사람과 동일인으로 추정됐다. 편지의 필체와 수표를 발행한 은행 지점 등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채권을 기부한 노신사는 지난해와 재작년의 노신사와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구세군 관계자는 15일 “이전에는 편지와 수표를 함께 넣었는데 이번에는 채권만 넣은 점 등에 비춰 다른 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내 100여곳의 자선냄비 가운데 명동에 거액 기부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1928년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을 처음 시작한 상징적인 장소가 명동이어서 귀중한 손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