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선교사 파송 20년… 캄보디아를 가다] (3·끝) “킬링필드를 힐링필드로” 캄보디아 청년들의 다짐
입력 2013-12-15 19:42 수정 2013-12-16 01:41
“우리를 키운건 한국교회의 사랑 메콩강의 기적 일궈 보답할게요”
지난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중심부를 흐르는 메콩 강 앞. 강을 바라보던 석 참 로인(32)씨는 “메콩 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차이나반도를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길이 4020㎞, 유역면적 80만㎢의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라며 “하나님이 캄보디아의 재도약을 위해 허락하신 중요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로인씨는 2011년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수자원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캄보디아의 식수·농업용수 부족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유학을 결정했으며 학위 취득 후 지난 달 귀국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그에게 복음을 전한 한국선교사의 권면에서 시작됐다.
2001년 프놈펜에 있는 캄보디아 국립경영대학에 합격한 로인씨는 거주할 곳을 찾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김창훈 선교사가 운영하는 공동체에 들어갔다. 단순히 주거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곳에서 삶의 전환을 맞았다. 매일 반복 되는 성경공부와 예배 덕에 자연스레 복음을 받아드렸다. 김 선교사를 따라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CPTI)에도 종종 방문해 신학공부도 했다.
학부 졸업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김 선교사는 “캄보디아는 메콩 강과 톤레삽 호수 등 수자원이 풍부함에도 늘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에 시달린다. 수자원을 잘 관리·활용할 전문가가 많이 필요한데 네가 한번 해 봐라”고 권했다. 로인씨는 기도 끝에 유학을 결정했고, 2005년 인제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 합격했다.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한국어와 전공 공부를 병행했다. 주일에는 김 선교사가 섬겼던 부산 신평로교회(김학준 목사)에 출석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예배를 인도했다.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4년의 긴 학업과정 끝에 마침내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공 관련 한국회사에도 취직했다. 2011년에는 신평로교회에서 만난 한국인여성과 결혼했다. 가족이 생겼고, 캄보디아에 비해 훨씬 윤택한 생활을 하다보니 귀국을 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로인씨는 “기도 중 하나님께서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라’는 본래의 사명을 깨워주셨다”며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지난달 귀국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부터 캄보디아 국립공과대학 교수가 된다. 국가의 수자원 관련 사업에도 참여한다. 그는 “식량자급에 필수적인 농업용수 확보와 관개시설 확충을 시작으로, 홍수 및 가뭄 관리, 강을 기반으로 한 역내 교류와 무역의 촉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하나님이 캄보디아를 사랑하시고, 나를 들어 쓰실 것을 믿는다”말했다. 로인은 전도활동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 선교사가 현지인 선교를 위해 프놈펜에 세운 아가페 센터에서 주일마다 성경과 영어 교육 봉사를 한다. 또한 출강 전부터 학생들과 접촉해 신우회를 만들 예정이다.
CPTI 전호진 총장은 “한국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접한 많은 캄보디아 청년들이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헌신을 다짐하고 있다”며 “로인과 같이 전문성을 가진 평신도사역자와 신학교에서 민족복음화를 꿈꾸며 공부하는 예비 목회자들이 있는 한 캄보디아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프놈펜(캄보디아)=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