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처형 이후] ‘피의 숙청’ 일단 숨고르기?… 張 측근들 아직은 건재

입력 2013-12-16 02:28


평양에서 16일 열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와 17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주석단 명단의 바로미터(지표)는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 국가장의위원 명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김 검열위원장 장의위원에 포함된 인물이 김 위원장 추모대회 주석단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추모대회에 나올 듯=김 검열위원장 장의위원 명단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처형된 장성택 부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다. 김 비서는 장의위원 명단에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남편이 처형돼 부인인 김 비서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일단 정치적으로 과거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친오빠인 김 위원장 사망 2주기 추모대회에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 선양(瀋陽)발로 김 비서가 지난 12일 장성택이 처형되기 직전 이혼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고위 간부 측근에 따르면 이혼은 김 제1위원장의 지시로 11일 이뤄졌다. 김 제1위원장이 ‘백두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이혼을 종용했다는 뜻이다.

다만 일각에선 김 비서가 지병을 앓고 있는 데다 남편이 ‘만고역적’으로 처형된 만큼 장례식 등에만 일부 참여하는 ‘명예직’만 맡게 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전처럼 실질적인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한 채 2선으로 물러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는 “김 비서 지위가 변함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의 숙청’, 일단 숨고르기=명단에는 일각에서 망명설까지 제기된 노두철 내각 부총리는 물론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이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도 대거 장의위원에 포함됐다. 이들이 당장은 장성택 처형의 후폭풍에서 빗겨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장성택 인맥으로 분류돼 본국 소환 가능성이 예상됐던 지재룡 주중 대사의 활동도 이날 북한 언론 보도에 나왔다.

장성택 측근들의 건재함이 확인됨에 따라 정부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추스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리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을 처형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친인척을 소환한 뒤 마지막으로 장성택을 처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규모 숙청이 이뤄질 경우 체제가 굉장히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숙청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부·당 신진 인사들 대거 약진=장의위원 명단에서 이영길 인민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각각 3∼4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추모대회 주석단에선 이 총참모장과 장 부장의 모습이 없었다는 점에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군부 실세로 떠오른 모양새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14번째,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20번째로 장의위원에 호명돼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장의위원 명단에는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최휘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최근 김 제1위원장 수행 빈도가 잦은 인물들이 포함돼 실세임을 과시했다. 반면 지난해 추모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로 호명됐던 최영림 전 내각총리는 이번 장의위원 명단에서 25번째로 밀려났다. 당 인물 세대교체의 상징적 조치로 보인다.

군 원로 중에서는 김영춘·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포함됐지만 올해 5월 군 총참모장에서 해임된 김격식 대장과 현영철 5군단장 등은 장의위원에서 배제됐다. 지난 8일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김 대장과 현 5군단장이 주석단이 아닌 일반석에 앉아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들은 사실상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