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에너지 10% 줄이기’ 가능성 보인다
입력 2013-12-16 02:28
유난히 더웠던 2011년 8월의 어느 주일이었다. 서울 가리봉동의 구로동교회(정진회 목사)는 예정에도 없던 촛불예배를 드렸다. 본당과 교육관에 전력 사용이 집중되면서 전기가 나가버린 것. 교인들은 그해 여름 내내 가슴을 졸이며 예배를 드렸다.
이같은 경험은 지난 4월 교회 공동체가 ‘마을발전소 운동’에 동참하게 만든 견인차가 됐다. 이 운동은 교회가 지역자치단체와 더불어 교회 본당 및 교육관, 교회 어린이집 및 동참을 원하는 교우 가정이 전력 소비량을 전년 대비 10%이상 줄여보자는 목표로 진행됐다. 구로동교회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TV와 셋톱박스 함께 끄기’ ‘에어컨 적정온도(26℃) 유지’ ‘정수기 및 컴퓨터 사용시간에만 켜기’ 등 ‘생활 속 과제’부터 실천했다.
추진 결과, 지난 6∼9월 구로동교회(어린이집 포함)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894kwH를 절약, 16% 정도 줄였다. 특히 가장 무더운 시기인 8월에만 전년 대비 전력소비량의 24.5%를 절감했다. 이 운동에 동참한 성도들의 117 가정은 전년 대비 5.8%의 절감율을 기록했다.
서울 서초동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는 지난 1월부터 교회 및 성도가정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 ‘그린앤클린(Green&Clean) 운동을 전개 중이다. 서울시를 통해 에너지 사용 진단을 받은 결과 지난달 말 현재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의 절감율을 보였다. 캠페인을 담당한 산정현 교회 강철형 목사는 “한국교회의 고민만으로 대안에너지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 “교회 공동체가 앞장서서 에너지 절약 과제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정현교회는 캠페인을 내년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 1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주최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013 교회의 사회적책임 심포지움’에서 발표됐다. ‘교회, 핵에너지를 넘어 대안을 생각하다’를 주제로 한 행사에서는 전력대란이 가시화되면서 교회공동체가 동참하는 ‘전력량 사용 10% 줄이기’같은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실제 서울시 기후환경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교회 4곳(강남 2곳, 강북 2곳)을 대상으로 시범 절전운동을 실시한 결과, 전력 사용량은 4∼15% 감소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최영수 에너지정책팀장은 “교회마다 사무기기의 대기전력을 줄이거나 에어컨 실외기의 차광막을 설치하는 등 쉬운 분야에서의 실천운동이 돋보였다”면서 교회 및 성도들의 활발한 참여를 촉구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