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발 훈풍 어디까지… 박병호 연봉 5억, 선수도 놀라
입력 2013-12-16 01:37
프로야구에서 12월은 연봉협상의 달이다. 구단들은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마무리 후 본격적인 연봉협상에 들어가 전지훈련을 떠나는 1월 중순까지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연봉협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넥센의 행보다. 넥센은 지난 4일 강정호(4억2000만원)를 시작으로 김민성(1억8000만원), 손승락(4억3000만원), 박병호(5억원) 등 구단의 ‘빅 4’ 선수들과 일사천리로 계약을 마쳤다. 신인 선수부터 마무리하고 간판 선수들은 맨나중에 하던 기존 관례와 정반대다. 게다가 이들 선수 모두 첫 번째 협상 테이블에서 바로 도장을 찍었다. 구단이 기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2억8000만원을 받았던 박병호는 “4억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구단이 5억원을 제시해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넥센은 간판 선수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나머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넥센의 통큰 행보는 다른 구단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삼성의 간판타자 최형우는 박병호의 연봉 체결 이후 인터뷰에서 기대 연봉으로 5억원을 언급했다. 올 시즌 최형우의 연봉은 2억8000만원이었다. 홈런 2위, 타점 2위에 오르는 등 박병호와 타격경쟁을 했던 최형우의 요구로는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두산도 훈풍이 불고 있다. 두산은 지난 12일 신인 투수 유희관과 1억원에 재계약했다. 기존 연봉 2600만원에서 285% 인상됐다. 프로야구 역대 연봉인상률 4위이자 팀 통산 최대 인상률이다. 다른 선수들도 첫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계약서에 속속 사인을 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감독 교체까지 겹쳐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화끈하게 지갑을 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KIA, SK, 한화 등은 칼바람이 불 전망이다.
올 시즌 8위에 그친 KIA는 선수들 상당수에게 삭감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올린 나지완과 신종길, 임준섭 등은 인상 대상이지만 최희섭, 김선빈, 안치홍 등 나머지 선수들은 삭감 대상에 오르고 있다.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다만 SK는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8명이나 되기 때문에 FA 프리미엄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