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SK용병 헤인즈… 어설픈 KBL 무너뜨리다
입력 2013-12-16 01:36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한동안 내홍을 겪은 프로농구에 고의충돌 악재가 터졌다.
가해자는 서울 SK의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32·2m01), 피해자는 초대형 루키인 전주 KCC의 김민구(22·1m90)다. 이번 시즌 MVP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구는 향후 10년 넘게 우리나라 농구를 이끌어갈 대들보로 주목받는 선수다. 헤인즈의 비신사적인 행위도 문제지만 ‘국보급 가드’로 불리는 김민구가 자칫 선수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린치를 당했다는 점에서 팬들은 공분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
2쿼터 중반 SK가 속공을 할 때 뒤따라가던 김민구와 헤인즈가 충돌했다. 헤인즈는 앞만 보고 달리던 김민구 옆으로 다가가더니 체중을 실어 왼쪽 팔꿈치로 강하게 밀쳤다.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김민구를 겨냥해 달려드는 모습이 경기 영상에 그대로 잡혔다. 헤인즈의 팔꿈치에 오른쪽 옆구리를 강하게 맞은 김민구는 그대로 코트에 쓰러졌다. 명치쪽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발을 구르며 고통스러워 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김민구는 결국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3쿼터 중반 잠깐 복귀했으나 4쿼터에는 벤치를 지켰다.
허재 KCC 감독은 SK의 공격상황에 집중하느라 충돌장면은 보지 못했다. 경기 종료후 영상을 확인한 허 감독은 “이기고 지고를 떠나 그렇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도 선수생활을 해봤지만 개인적으로 뭔가 있었기 때문에 아주 의도적으로 한 짓”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네티즌들은 “헤인즈를 영구 제명하라”며 아우성이다.
헤인즈의 행동은 퇴장감이었으나 심판진은 휘슬을 불지 않아 또 다시 경기 진행 미숙을 드러냈다. SK는 김민구가 빠진 KCC를 76대 66으로 꺾고 1주일만에 민망한 단독선두로 복귀했다. KCC는 전반까지 34대 34로 팽팽히 맞섰으나 김민구가 빠진 후반에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SK는 4쿼터 4분여를 남기고 점수차가 벌어지자 백업 멤버들을 기용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헤인즈는 경기후 사과하기 위해 KCC 벤치를 찾았지만 김민구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구는 하루가 지난 15일에도 통증을 호소하는 데다 발목 부상까지 발견돼 다음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KCC 관계자는 “숨쉬기만 해도 명치쪽에 통증이 느껴지는 상황이고, 자고 일어나니 발목까지 아파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7일 삼성전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올스타전(22일)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헤인즈의 ‘고의 충돌’ 논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KBL은 비디오 분석과 함께 경기 감독관 보고서를 토대로 16일 헤인즈에 대한 제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