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추진 증권사에 ‘당근 3종 세트’ 안겨준다
입력 2013-12-16 01:29
앞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증권사는 한국형 투자은행(IB) 지정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M&A로 50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2조5000억원의 자기자본만으로도 IB로 지정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M&A에 나서는 증권사들은 규모에 따라 개인연금신탁 업무와 사모펀드 운용업 면허도 얻을 수 있다.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출혈 경쟁 중인 60여개 증권사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복안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회사 인수합병 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시행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자기자본이 5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대형 M&A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에 현재 자기자본 3조원인 IB 지정요건을 2조5000억원으로 완화키로 했다. 신한금융투자(2조2000억원) 미래에셋(2조1000억원) 대신(1조6000억원) 하나대투증권(1조6000억원) 등 중대형 증권사들의 M&A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또 자기자본이 1000억∼3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M&A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에 원금보장형 개인연금신탁(연금저축신탁) 업무를 독점적으로 허용해 주기로 했다. 개인연금신탁은 연간 1800만원 범위 내에서 5년 이상 납입 시 소득공제 혜택(연 400만원 범위 내에서 저축금액의 100%)이 주어지는 상품이다. 많은 시중 투자자금이 유입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다.
M&A로 자기자본이 500억∼1500억원 이상 증가하는 증권사들에는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금융위 서태종 자본시장국장은 “인센티브들은 제도 시행일로부터 3년 내에 추진된 M&A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며 “그만큼 금융투자업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또 증권사 M&A를 촉진하기 위해 연결회계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개별 증권사 기준으로 산정되는 기존 NCR 제도에서는 다른 증권사를 자회사로 인수하면 출자금 전체가 자본에서 차감되며 NCR이 급락하는 문제가 있었다.
M&A에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반면 경영 실적이 부진한 증권사들은 거센 압박을 받게 된다. 증권사가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이 900% 이상이거나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이면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는다.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이거나 레버리지 비율이 1300% 이상인 회사는 바로 경영개선 요구 조치를 받는다.
업계는 금융위의 방안에 따른 지각변동을 걱정하면서도 소형 증권사들의 M&A 활성화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현재 레버리지 비율이 900%를 넘는 증권사는 7곳 정도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 업황 침체가 계속되는 한 막대한 비용으로 거둘 시너지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