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40세 이후 年 1회 정기검진 필수
입력 2013-12-16 01:33
높은 안압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시신경이 죽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녹내장 환자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한 해 동안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58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5년 전(2007년)의 36만3000명에 비해 61%나 늘어난 숫자다. 같은 기간 보험진료비 규모도 585억8000만원에서 1081억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인 3대 실명 원인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녹내장 예방수칙을 누네안과병원 홍영재 원장과 김안과병원 손용호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녹내장, 나이 들수록 발병위험 높아져=우리 눈의 각막(검은자)과 수정체(렌즈) 사이 빈 공간에는 ‘방수’라 불리는 액체가 가득 차 있다. 방수는 수정체를 붙잡고 있는 모양체에서 생성돼 동공을 통해 앞쪽으로 흘러나온 뒤 방수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40대가 되면 이 방수배출구가 점차 좁아지면서 방수 생성량이 배출량보다 늘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안구 내 압력(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방수배출구는 점점 더 좁아지는데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뇌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입구 쪽에 위치한 시신경유두(視神經乳頭)가 먼저 손상을 받게 되고, 결국 시신경까지 망가져 실명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높은 안압(고안압)을 녹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지만 녹내장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녹내장은 이밖에도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안압이 높은 경우, 또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혈관질환 및 근시를 가진 사람에게서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안압은 정상범위를 유지하는데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진행되는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고안압만이 녹내장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안압이 정상범위라고 안심할 수도 없어=이른바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 수치(10∼21㎜Hg)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세계적으로는 고안압 녹내장이 70∼80%를 차지하고, 정상 안압 녹내장은 10%미만인데,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정상 안압 녹내장이 전체 녹내장 중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상 범위의 안압이지만 시신경에는 부담을 주는 경우와, 안압과는 무관하게 시신경으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한 탓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다.
문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경우 자각증상이 거의 없고, 안압만으로는 녹내장 확인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들은 안타깝게도 시신경 손상으로 굴속에서 밖을 보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졌다고 스스로 느낄 무렵에야 눈의 이상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40세 이후 연 1회 안과 정기검진 노력 중요=녹내장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선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40세 이후부터는 일 년에 한 번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당뇨, 고혈압 등 눈 합병증을 일으키는 성인병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0세가 되기 전이라도 일 년에 한 번은 꼭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단, 과거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압 평가 시 실제 안압보다 더 낮게 나올 수 있으므로 수술 사실을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 수술로 각막 두께가 얇아진 것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
녹내장은 특효약이 없어 평생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주치의가 정해지면 그 의사의 처방을 믿고 끝까지 잘 따라야 실명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 안압을 측정하고 의사가 처방해준 안약을 정해진 횟수와 시간에 점안하거나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게을리 하면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 손상이 가속될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