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종시 1년] 세종시 A국장의 일주일… 매일 새벽 눈만 뜨면 서울行
입력 2013-12-16 01:44
월요일 오전 4시30분. 가족과 함께 세종시에 이주한 경제부처 A국장의 기상시간이다. 가시거리가 1m도 안 되는 짙은 안개를 뚫고 새벽 5시40분 오송역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오전 7시30분 서울에서 있는 장관 업무보고를 위한 유일한 이동방법이다.
이날부터 금요일까지 A국장은 KTX를 10차례 이용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세종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 것이다. A국장의 일주일은 빠듯했다. 우선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 개정을 설득하기 위해 해당 상임위원회 각 국회의원 방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호출을 해도 국장이 가야 한다. 한 달 전 무심코 과장을 보냈다가 “우리 의원님을 우습게 아느냐”며 혼쭐이 난 뒤에는 직접 뛴다. 여기에 이해당사자 간담회, 민간 기업인 면담 등도 서울에서 열렸다.
주 1회 있는 부처 간 회의도 이번 주 어김없이 금요일 오후에 열렸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세종시 공무원들을 위한 배려지만 A국장은 금요일 밤 KTX 입석으로 세종시에 돌아와야 했다.
금요일 밤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번 한 주간 세종시 청사 근무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국장이 서울에서 헤매고 있으니 결재와 보고를 위해 과장들도 자신을 찾아 서울로 향했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일정이 분 단위로 촉박하지 않았다. 회의나 간담회를 앞두고 한두 시간이 빌 때면 커피전문점을 찾아 시간을 때웠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뭐하는 짓인가’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부처의 세종시 이주가 결정되면서 A국장의 부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뒤돌아보니 과천청사 시절보다 퇴근시간은 늦고, 출근시간은 빨라졌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서울 향수병에 걸렸다. A국장은 내년 초 가족을 이끌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다. 공무원인 만큼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랐는데 몸은 몸대로 피곤해지고 가정의 불화는 늘었다. A국장은 혼잣말로 되뇌었다. “누구를 위한 세종청사인가?”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