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종시 1년] “섣불리 세종시로 이사 말라”… 1.0세대, 2.0세대에 조언

입력 2013-12-16 01:33

지난해 연말 내려온 세종시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세종시 1.0세대’라 칭한다. 그들은 ‘세베리아(시베리아처럼 추운 날씨를 빗댄 세종시의 별칭)’의 추위를 겪었고, 입주한 뒤에야 실시된 고온 난방의 베이크-아웃(bake-out·유해물질제거)을 몸으로 겪으며 새집증후군을 이겨냈다. 1.0세대는 국민일보 설문조사에서 올 연말 이주 예정인 2.0세대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된 충고는 주거 관련이었다. ‘서울 출장이 많기 때문에 서울에 집을 유지해야 한다’ ‘국장급은 가급적 출퇴근하라’는 등 섣부른 이주를 자제하는 의견이 많았다. 내려온다면 편의시설이 갖춰진 대전 지역을 추천하기도 했다. 경험에 비춰 ‘나 홀로’ 이주 공무원은 원룸을 얻을 때 깡통전세와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불편한 대중교통 상황을 감안해 차는 필수품이며, 새집증후군과 미세먼지로 인해 자녀의 건강에 유의해야 하고, 출퇴근 버스 이용 시 과다한 스마트폰 사용은 목 디스크로 이어진다는 생활밀착형 경고도 나왔다.

사무관 이하 직원 중 일부는 ‘서울에 남는 부처로 옮겨라, 전문성을 길러 공직사회 탈출’ 등 실현 불가능한 발언도 있었다. 또 미혼이라면 반드시 결혼하고 내려올 것을 권유했다.

행정 비효율성과 세종시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국회 이전을 희망하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국회 분원이라도 설치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길바닥에 버려지는 시간이 줄어들기를 바랐다. 차선책으로 KTX 세종청사역 신설이 있었다. 20분마다 1대씩 오는 BRT(간선급행버스) 외에 전무하다시피 한 대중교통을 확대하거나 부족한 의료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답변도 10건 이상이었다. 공무원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세종시 첫마을에 주유소와 대중목욕탕이 필요하다는 호소도 있었다. 여성 공무원 중에는 ‘강제이주에 따른 충분한 보상’ ‘의료·교육 관계자도 강제이주’ ‘서울·과천 청사 부처와 세종시 부처 간 인사교류 확대’ 등 강경 발언이 많았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