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종시 1년] “시댁과 함께 사는 주부만 이전 선호” 불편한 속내 표출
입력 2013-12-16 02:28
‘부처 이전을 좋아하는 건 시댁과 함께 사는 주부뿐이다.’ 세종청사 2단계 이전 준비에 분주한 관가에서 흔히 들리는 우스갯소리다. 공무원들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 유머다.
중앙행정기관의 정부세종청사 2단계 이전은 지난 12일부터 시작했다. 이번에 세종청사로 옮겨가는 기관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보훈처 등 6개 부처와 중앙노동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등 10개 소속 기관이다. 이전하는 부처·기관 소속 공무원은 4888명, 이삿짐은 5t 트럭 1889대 분량이다. 오는 29일까지 이전이 마무리되면 세종청사에는 17개 중앙부처 중 13개 부처가 입주하고 상근 공무원은 1만여명에 달한다.
세종청사로 가는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상당수 출근해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복지부는 지난 13일 인구정책실과 연금정책국 소속 200여명을 시작으로 20일까지 모두 960여명이 옮겨간다. 15일에는 보건의료정책관 소속 4개 부서가 새 근무지에 둥지를 틀었다. 보건의료정책과의 한 공무원은 “직원 70여명 중 20여명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5t 트럭 10개 분량의 이삿짐을 옮겼다”면서 “새 청사에 들어서니 기분도 새롭고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청사 이전을 환영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주거와 생활시설 등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때문이다. 공무원들 사이에 “집을 구했느냐”는 말이 요즘 인사다. 산업부는 최근 직원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3명 중 2명은 분양을 받거나 전·월세 등으로 거처를 마련했으나 나머지는 방을 구하지 않거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얻지 않은 이들은 출퇴근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종시에 집이 충분치 않은 데다 전·월세 비용도 싼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한 공무원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문제도 있고 해서 일단 6개월 정도 출퇴근해 보고 판단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 원룸을 얻은 남편과 헤어져, 아이만 데리고 세종시에 집을 얻은 여성 공무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기로 한 공무원들은 임대아파트에 입주한다. 방 세 칸짜리 아파트에 국장과 과장, 사무관이 함께 거주하기도 한다. 그런데 추첨을 통해 방을 배정받다 보니 국장이 문간방을, 직급 낮은 사무관이 안방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와 불만도 크다. 산업부의 경우 서울에 있는 외국 대사관과의 교류가 문제다. 작은 현안의 경우 각국 통상 대표단보다 대사관 직원들과 조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중소기업과 자주 만나야 하는 산업 업무 분야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산업부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부르면 오겠지만) 기업의 여러 사람이 세종시로 가는 것보다 정부의 한두명이 서울로 이동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면서 “우리가 서울과 세종시를 수시로 오가며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태원 정승훈 권기석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