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차 소진·생산라인 점검·외국협력사에 맞춰… 연말 ‘OFF’ 대기업 장기휴가 러시
입력 2013-12-16 02:28
연말을 맞아 휴가를 권장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1주일 이상 연휴를 즐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연말이면 성탄절 장기휴가에 돌입하는 외국 기업의 문화가 국내 기업에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두산은 25일 성탄절을 시작으로 내년 1월 1일까지 직원들이 휴무하도록 회사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평소 연차휴가를 소진하지 못한 임직원들은 대부분 이 기간을 이용해 휴가를 떠난다. 두산 관계자는 15일 “최근 계열사에서 밥캣 등 미국과 유럽의 기업을 많이 인수했는데 이 기업들은 대부분 연말에 쉰다”면서 “이런 트렌드를 국내에도 반영해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연말까지 쉬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광주공장과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구미공장도 24일부터 연말까지 휴무에 돌입한다. 회사 관계자는 “외국 거래처들이 대부분 2~3주씩 쉬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쉬는 것”이라며 “이 시기에 생산시설 점검 등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근무하는 대신 오는 24일은 전사 휴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23일부터 휴가를 낸 이도 많다. 이 경우 연말까지 10일이 넘는 장기휴가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김모(40)씨는 “지방 생산공장이 아니어도 개인 사정에 맞춰 크리스마스 전후로 자연스럽게 1주일 정도 쉬는 분위기”라고 했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장기휴가를 주고 있다. LG전자는 26~27일이 권장휴가 기간이다. 성탄절과 주말을 이용하면 5일간 쉴 수 있다. 또 30~31일도 휴가를 내서 내년 1일까지 계속 쉬는 사람도 있다. LG유플러스는 27일 종무식을 갖고 30~31일은 권장휴가 기간이 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휴가를 주지 않는다. 대신 내년 1월 2일을 휴무로 지정해 그 주 말까지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연말이 되면 임직원들이 오히려 더 바빠지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노조가 해마다 7~9월 파업을 해서 연말에 그만큼 생산량을 만회해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특근 등 근무가 늘고 생산량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바빠진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이 만들어낸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 장기휴가는 결국 연차 소진 목적이라는 내부의 볼멘소리도 있다. 일부 기업은 수년 전부터 그해 소진하지 못한 연차를 돈으로 보상해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10일을 연차 의무소진 기간으로 정해 놓고 이 기간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보상하지 않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