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아주 가까이 계신 하나님
입력 2013-12-16 02:28
얼마 전 가족들과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뮤지컬 고스트(Ghost)를 보고 왔다. 1990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판타지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나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바쁜 시간을 애써 쪼개어 갔기에 기대감보다는 의무감이 앞섰다. 또 스토리 역시 비성경적인 내용인지라 약간 망설이기까지 했다.
무대가 시작되자 역시 언론의 찬사를 듬뿍 받은 작품답게 화려한 무대와 마술적인 영상 기술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부담 없이 즐기고 돌아갈 생각으로 앉아있었는데, 어느 한 장면에서 그만 내 눈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잠시 내 심장도 멈추는 듯 했다.
몰리와 샘은 사랑하는 연인이다. 몰리라는 여인의 연인 샘은 배신의 죽음을 당한 후 유령이 됐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랑하는 여인 몰리를 떠나지 못한다. 몰리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샘, 그러나 몰리의 바로 곁에서 몰리를 지켜보고 있는 샘. 몰리는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 샘을 잊지 못해 애타게 부르며 절규한다. “샘, 당신이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바로 옆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있는 샘은 허탈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몰리를 쳐다 볼 뿐이다.
그 순간이다. 내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도 나를 본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 봤다면 작품에 몰입하여 받은 감동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죄송하지만 작품에서 받은 감동은 아니었다. 유령이야기를 진지하게 느껴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다만 내 마음의 밑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영적 진리가 순간 연상 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고나 할까! 한 주간 내내 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던 주제는 ‘나와 아주 가까이 계신 하나님’이었다.
내 곁에 계신 그 하나님을 좀 더 가깝게 느껴보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 내 속에서 점점 커지다 보니, 어느새 그 간절한 마음은 내 안에서 ‘애타는 마음과 상한 마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순간 “샘, 당신이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이 말이 내 귀에는 달리 들렸다. “하나님, 당신을 가까이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그런데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샘을 보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을 향한 죄송함이 감격과 함께 복받쳐 올라왔다. 하나님도 바로 저렇게 가까이에서 지금 나를 보고 계시는구나. 고스트라는 캐릭터는 기분 나쁜 설정이지만, 하나님을 생각하며 혼자서 흐르는 눈물을 닦는 와중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뮤지컬이 다 끝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 여전히 내 마음을 붙들고 있었던 것은 ‘지금 내 곁에 계신 하나님’에 대한 묵상이었다. ‘나는 얼마나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는 영적 자폐아와 같은가?’ 내가 지금 호흡하는 공기보다 그는 더 가까이 계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장차 천국에서 주의 얼굴을 뵙겠다는 찬송가사가 더 큰 소망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소망으로 우리는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