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처형] “경제파국 조장→ 軍동원 쿠데타 획책→ 내각총리 꿈꿨다”

입력 2013-12-14 02:27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면서 군사 정변(쿠데타) 획책 혐의를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정권 출범 후 경제가 계속 악화돼 사회가 혼란해질 때 군 인맥을 동원해 정변을 일으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군 인맥 동원해 국가전복 음모=북한이 장 부위원장 죄목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국가전복음모죄’다. 판결문은 장 부위원장이 “당과 국가의 지도부와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할 목적 밑에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조국을 반역한 천하의 만고역적”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국가전복음모가 북한 형법 60조에 해당돼 처형했다는 것이다. 장 부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 간부들을 이용하거나 측근들을 내몰아 수하에 장악된 무력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하는 등 정변 모의를 시인했다. 판결문은 또 “장성택은 정권야욕에 미쳐 분별을 잃고 날뛰던 나머지 군대를 동원하면 정변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타산(계산)하면서 인민군대에까지 마수를 뻗치려고 책동했다”고 밝혔다.

◇내각 총리 맡아 정권 장악 시도=정변의 구실로는 경제사정 악화를 꼽았다. 장 부위원장은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될 때 내각 총리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변 이후 계획에 대해선 “비열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후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추악한 몰골을 이용해 짧은 기간에 신 정권이 외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망상했다”고 판결문은 적시했다.

판결문은 또 장 부위원장이 정변을 획책하기 위해 일부러 경제 사정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는 “무역 및 외화벌이 단위와 재외기구를 조직하는 문제 등을 비롯해 내각에서 맡아 하던 일체 기구 사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손 안에 걷어쥐고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함으로써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했다”고 전했다.

◇군 대대적 숙청 이뤄질 듯=장 부위원장이 군대 인맥을 동원해 정변을 획책했다고 밝힘에 따라 군부 내에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 부위원장은 40여년간 북한 권력의 2인자로 군림하며 군부에 많은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장 부위원장은 인민군 대장 직함도 가지고 있었다. 장 부위원장의 형 장성우와 동생 장성길도 모두 군 출신으로 2009년, 2006년 각각 사망했다.

숙청의 주요 대상은 김정일 위원장 시절 군부 인사들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이명수 전 인민보안보장, 현영철 5군단장 등이다. 북한이 “이전 시기 임명된 군대 간부들과는 면목이 있다”는 장 부위원장의 진술을 공개했다는 점에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