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처형-‘로열 패밀리’ 거취는] 김경희 물러나고 여정·설송 나설 듯
입력 2013-12-14 01:34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했다. 가까운 친인척도 1인 지배체제 유지에 장애가 될 경우 가차 없이 처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 주석 가계(家系), 즉 김씨 ‘로열 패밀리’ 중 일부는 숙청의 회오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종파행위’로 처형된 장 부위원장의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다. 김 비서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직계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유달리 사랑했던 유일한 동생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숙청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과 지병 등이 있고, 남편이 ‘만고의 역적’이 됨에 따라 실질적 권력은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김 비서는 이제 명예직으로 물러나고, 대외 행사도 거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는 이번 숙청 파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이설주는 김 제1위원장의 공개된 부인인 데다 그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김 제1위원장의 권위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김 제1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은 앞으로도 현재처럼 공식 직함 없이 ‘대군’ 대접을 받겠지만 앞으로도 국정에 참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 김정철이 이번 숙청작업의 전면에 나서서 장 부위원장 측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주장도 나오는 만큼 후견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여동생 김여정과 이복누이 김설송은 김 제1위원장 1인 지배체제 구축과정에서 더 큰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과 김설송은 각각 장 부위원장 숙청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와 국방위 서기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도 가족들에 대한 숙청작업을 벌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1973년 9월 30대 초반의 나이에 노동당 조직 및 선전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에 오른 후 이복동생 김평일과 계모 김성애를 ‘곁가지’로 규정하고 축출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