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석유산업 국유화 75년 만에 민간 개방

입력 2013-12-14 01:44

멕시코가 석유산업의 민간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라사로 카르데나스 정권 때인 1938년 3월 미국, 영국 등의 기업들이 소유한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이를 헌법에 명문화한 지 75년 만이다.

멕시코 하원은 1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영석유기업인 페멕스(PEMEX)가 독점하고 있던 에너지시장을 외국 기업을 포함한 민간에 개방하는 에너지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멕시코가 에너지 국유화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개혁법안이 집권당인 제도개혁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2개 주의회의 과반 찬성을 얻어 공포되면 민간기업이 석유·가스 탐사와 생산을 하고 이익을 페멕스와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멕시코에서 석유는 ‘주권’이나 ‘자존심’이라는 말과 동일시될 정도로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과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하원 표결 과정에서 민주혁명당의 안토니오 가르시오 코네호 의원은 팬티만 남긴 채 옷을 모두 벗고 반대 토론을 했다. “여당이 나라를 발가벗기고 있다”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였다.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카르데나스의 아들이자 민주혁명당을 창당한 콰우테목 카르데나스도 연일 “우리의 석유를 지켜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석유산업의 국유화에 대한 찬성 여론도 훨씬 높았다.

하지만 독점기업인 페멕스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에너지개혁법안을 저지하기는 힘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좌파성향의 한 주지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멕스는 안락사를 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의 석유 생산량은 2004년 하루 34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하루 250만 배럴로 곤두박질쳤다.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연근해 원유가 고갈되면서 심해유전과 셰일 가스 개발에 나서야 하지만 자본과 기술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산업에 민간기업의 진입을 허용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 됐다.

에너지 시장 개방에 따른 이득이 결국 다국적 석유회사로 모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NYT는 “니에토 정권이 은행과 통신 시장도 개방했지만 멕시코 국민들은 다른 라틴 국가들보다 더 높은 이자와 더 많은 통신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에너지 개방도 마찬가지 결과를 예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