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임금 상승”… 서방기업 중국서 인력 감축

입력 2013-12-14 02:32


그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해온 서구권 기업이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현지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는 등 여건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컴퓨터 제조사 휴렛팩커드(HP)와 IBM, 제약회사 존슨앤존슨 등 미국계 기업이 중국에서 인력을 줄이고 있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워싱턴주 벨뷰의 터치스크린 개발업체 비스퀘어는 지난 10월 베이징 사무소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구인구직업체 중 하나인 맨파워 그룹은 중국에서 자신들이 담당하는 외국 기업의 일자리가 올 들어 10월까지 25% 줄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급격한 감소세다.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이 인력 등 투자를 줄이면서 구인구직·컨설팅기업도 압박을 받고 있다. 아시안 타이거스 모빌리티의 롭 칩먼 최고경영자(CEO)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한두 달이 아니라 1∼2년간 계속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 기업 특유의 조심성과 중국 인재를 가려 뽑으려는 노력 때문에 일자리 감축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했다고 WSJ는 전했다.

세계경제 2위 규모의 중국은 여전히 서구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올 들어 10개월간 94억 달러(약 9조9000억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다. 아이맥스(IMAX), 제너럴모터스(GM), 월마트 등은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기업이 얼마나 되느냐다. 미·중 무역전국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내년 중국에 더 많은 투자하겠다는 미국 기업은 절반 정도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기업 비율(67%)보다 크게 줄었다. 중국에서 돈을 더 벌 수 있겠다고 전망하는 기업이 줄었다는 의미다.

중국 내 외국 기업은 공장과 시설 등 장기 투자 지표가 되는 고정자산 투자를 줄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런 해외투자가 올 들어 11월까지 4.7% 늘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19.9% 늘어난 전체 고정자산 투자를 감안하면 증가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중국 경제 둔화와 인건비 상승이 사업 축소의 주요 이유로 꼽혔다.

늘어나는 중국 토종 경쟁업체도 서구 기업을 위협한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서구 기업의 상품 가격과 품질 관리, 사업 관행 등을 단속하면서 일부 기업은 중국 내 사업 확장을 꺼리는 분위기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는 조사 대상 기업 중 29%가 지난해 수익이 줄거나 그대로인 것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이 비율이 19%였다. 중국에서 수익을 낸 유럽 기업 비율은 같은 기간 73%에서 64%로 줄었다.

서구 기업단체는 중국이 최근 발표한 경제개혁안에 따라 더 많은 산업이 민간과 외국 기업에 개방될 것으로 본다. HSBC의 프레데릭 뉴만 아시아경제연구 공동책임자는 “하지만 개혁 실행에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고용이나 투자의 판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