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처형] “北, 내부 불안땐 외부 도발… 4차 핵실험 가능성”

입력 2013-12-14 02:29

정부는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과 관련, 북한이 내부통제와 주민불만 등을 무마하기 위해 대남도발과 불순세력에 의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북한이 내부 체제 단속이나 결속을 위해 과거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또는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적 도발을 해 왔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3일 장 부위원장 처형 후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통상적으로 내부가 불안하면 외부도발을 통해 내부 단속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며 “그런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장 부위원장의 전격적인 처형에 대해 “북한 역사에서 유사 사례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장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근황에 대해 “현재 중국 베이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우발적인 도발을 막기 위해 우리 군의 응징 태세가 확립돼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날 대북 감시·경계 태세 강화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권력에서) 강경파 입지가 강화될 경우 충성 경쟁이 일어나서 의사결정 오판을 가져올 수 있고,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장 부위원장 처형 배경에 대해 “(권력내부의) 견제작용이 아니었겠느냐”며 “권력투쟁보다는 김정은 유일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권력 재편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장 부위원장 처형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장 부위원장 사형 집행 보도에서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해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 했다”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류 장관은 장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한이 대남 강경책을 구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과거 장성택이 세간에 온건파 또는 개방파로 알려졌었지만 그때도 북한은 대남강경책을 구사했는데, 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장성택이 처형됐다고 북측의 대남정책이 강경일변도로 간다는 것은 논리적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재중 김동우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