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체제 결속에 총력… ‘김정은式 문화혁명’ 광풍 몰아친다
입력 2013-12-14 02:27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과 그의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이어지면서 북한 사회에 ‘김정은식(式) 문화혁명’ 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앞으로도 자신의 통치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당·군 원로를 가리지 않고 숙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1960년부터 10년간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진두지휘했던 문화혁명처럼 주민 동원을 통한 체제 결속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부위원장으로 대변되는 당 원로 등이 앞으로 진행될 대대적인 숙청과 하방(下放·지방 좌천과 정치범수용소 감금)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김 제1위원장의 홍위병으로 등극하는 새로운 친위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은 이번 처형을 통해 집권 이후 자신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의 오류를 모두 장 부위원장에게 떠넘긴 셈”이라며 “살아남은 권력 상층부 인사들 가운데도 기존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추가 숙청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김 제1위원장은 반당분자와 인민들에 대해 2중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으로 무자비한 숙청을 계속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주민생활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문화혁명을 통해 주민 동원에 성공했던 마오 전 주석 같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제1위원장이 장 부위원장을 ‘속전속결’로 처형한 것은 자신의 절대권력에 대한 도전을 응징하는 차원이지만 큰 흐름에서는 북한 내부의 체제 위기를 충격요법으로 해소하려는 1인 지배 시스템의 작동기제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제1위원장 시대에 접어든 북한은 그동안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 3차 핵실험 등을 감행했던 김 제1위원장은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던 중국으로부터도 “절대 핵무장은 안 된다”는 견제를 받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고립됐다. 그렇다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부터 이어져 온 경제난을 해결할 방법도 찾지 못했다. 집권 초기 선보였던 각종 개혁 경제정책들은 제2경제를 장악한 군 등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이 같은 ‘외적인 고립과 내부 정책 실패’는 권력 상층부에서부터 주민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불만을 팽창시켜왔다는 것이다. 결국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의 통치에 미온적인 집단을 타깃으로 삼아 ‘충성하지 않으면 죽음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 주민 전체에게 던지는 방법을 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문화혁명=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사회주의 계급투쟁 대중운동이자 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권력투쟁. 마오쩌둥은 자본주의를 차용한 실용정책을 펴던 류샤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 등을 겨냥해 ‘부르주아 세력 타도’를 부르짖으며 홍위병을 조직해 전국에 숙청 선풍을 일으켰다.
신창호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