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처형] ‘2인자’의 최후는 초라했다

입력 2013-12-14 02:27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정권의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고 무기력했다.

북한은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받기 위해 재판장으로 들어서는 장 부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남색 인민복 차림에 평소처럼 검정빛이 도는 안경을 쓴 장 부위원장은 양손이 수갑처럼 보이는 검은 물체에 묶인 상태로 국가안전보위부원 2명에게 목과 팔을 잡힌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한때 김 제1위원장 앞에서도 당당하고 여유 있었던 권력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사형수와 다름없었다.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두 눈을 감은 장 부위원장의 어깨는 강압적인 재판 분위기를 보여주듯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의 왼쪽 눈두덩은 조사 과정에서 구타를 당했는지 부어오르고 멍이 든 것처럼 보였다. 입 주변과 손등에도 구타 흔적이 보였다. 김 제1위원장을 수행하며 활발하게 공개활동을 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머리숱도 많이 줄었고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장 부위원장을 붙잡고 있는 요원들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재판관 3명이 인공기를 배경으로 근엄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재판관들 앞에는 서기 1명이 재판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앉아 있었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끌려나간 뒤 불과 나흘 만에 이날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40여년간 권력의 부침을 맛봤던 그는 결국 조카인 김 제1위원장에 의해 ‘국가전복음모죄’로 몰려 굴곡진 삶을 마쳤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