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도로명주소 전면시행] 새 주소, 낯설어! 너∼무 낯설어
입력 2013-12-14 01:55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낯설어하고 있다. 생활 속 불편도 잦아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20여년을 산 채모(26·여)씨는 3주 뒤면 이태원동이 아닌 ‘녹사평대로26길’에 살게 된다. 취업준비생인 채씨는 정신없이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기 벅찼던 지난달 중순에야 새 주소를 확인했다. 지원하는 한 회사에서 지원자들에게 “거주지 주소를 도로명주소로만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채씨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다가 인터넷에서 도로명주소를 찾아보느라 마감이 임박해서야 제출 버튼을 눌렀다”고 말했다.
아직 도로명주소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각종 업체들도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학생 조모(23·남)씨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국집에 배달 전화를 걸었다. 메뉴를 다 부르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주소 ‘서울 중구 의주로1가’를 말해줬지만 중국집에선 “자꾸 손님들이 길 이름을 부르는데 동 이름을 모르면 배달이 안 된다”며 “바쁜 시간이니 주소를 확인한 뒤 다시 전화해 달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택시기사 황모(57)씨도 도로명주소를 부르는 승객들 때문에 난처한 일이 잦은 편이다. 황씨는 “오늘 아침에도 서울 당산역에서 급히 택시에 올라탄 손님이 도로명주소밖에 모른다기에 출발 뒤에도 손님은 손님대로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나 역시 한참동안 내비게이션을 다시 조작하느라 애먹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6월 안전행정부 조사 결과 자택의 도로명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는 국민은 34.6%에 불과했다. 2011년 12월 20.6%, 지난해 12월 32.5%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직접 길 찾기나 우편업무, 민원서류 발급 등에 도로명주소를 활용해 본 사람도 지난해 12월(22.6%)보다 0.8% 포인트 증가한 23.4%에 그쳤다. 반면 공적 장부나 민원 처리 등에 도로명주소를 활용하는 비율은 85.1%에 달해 공공기관과 국민 실생활 사이의 괴리가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행부는 올해 도로명주소 홍보를 위해 17억원을 쏟아 부었다. 내년 말까지 도로명주소의 민간 활용률 4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상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