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호의 요절복통 (要節福通)] 화장실 좀 갑시다
입력 2013-12-14 01:50
오늘의 요절(롬 14:3)
먹는 자는 먹지 않는 자를 업신여기지 말고 먹지 않는 자는 먹는 자를 비판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이 그를 받으셨음이라
서울 정동에 MBC방송국이 있던 시절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일약 스타 코미디언으로 부각된 배일집 선배. 친화력이 좋아서 많은 후배들이 따랐다. 특히 ‘일요일 일요일 밤’의 진행을 맡았던 일명 배추머리 김병조 형님과 ‘싱글벙글쇼’에서 김혜영과 20여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강석.
이렇게 셋은 매일 만나 그날그날 방송에 관한 뒷담화를 했다. 그야말로 ‘황금의 트리오’였다. 그러던 어느 날. MBC 옆 건물에 있는 ‘투게더’라는 커피숍. 그날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수다 파티를 펼쳤다. 대화 중 병조 형님이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배일집: 야! 오늘 커피값 더치페이(Dutch pay·각자 내기)야 알았지? (김병조가 앉았던 빈 자리를 가리키며) 배추머리는 도대체 커피값 내는 걸 못 봤다니까.
강석: 마태복음 7장 1절에 ‘비판을 받지 아니 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근데 병조 형이 짜긴 짜요. 병조 형하고 뽀빠이 형(방송인 이상용)하고 방송국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면 그 커피값을 누가 내는 줄 알아요?
배일집: 누군데?
강석: 정답은 지나가던 PD래요.
(이때 김병조 돌아오자 다들 전혀 딴청하며 화제를 돌린다. 잠시 후 배일집 선배가 화장실에 간다. 이번엔 김병조가 투덜대기 시작한다.)
김병조: 아니 저 형은 저렇게 갈 데가 없나? 왜 우리한테 빈대 붙는 거야?
강석: 저기 병조 형! 마태복음 7장 1절에….
김병조: 나도 교회는 안 다니지만 알아.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잖아!
강석: 맞아요. 그런데 왕빈대야 그치? 쉿!
(배일집 선배가 돌아오자 모두 또 화제를 바꾸며 딴청이다. 시간이 흐르고…. 강석과 나는 화장실 가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터질 것만 같았다. 아흐…)
전영호의 福으로 通하는 생각
비판은 절대 필요한 것이다. 비판할 땐 이가 갈리도록 이를 악물고 해야 된다. 한 가지 유의 사항은 나 자신에게 퍼붓는 비판 일 때만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개그작가·유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