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호커 CCLI 아시아 태평양 대표 “허락 없이 찬양 악보 복사하면 불법입니다”

입력 2013-12-14 01:49


‘호산나 호산나 호산나 가장 높은 곳에서 ∼.’ A교회 성가대가 성탄절 예배를 앞두고 ‘호산나(Hosanna)’를 4부 합창으로 연습한다. 성가대원들은 복사된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다. B교회 목사는 시편 42편 1∼5절 말씀을 인용해 설교하다 ‘목마른 사슴’을 부르자고 제안한다. 빔 프로젝터 스크린에 ‘목마른 사슴 시냇물을 찾아 헤매이듯이 ∼’라는 가사가 뜬다. 교회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말콤 호커 CCLI(기독교 저작권 라이선싱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CLI 코리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악보를 복사하거나 컴퓨터에 저장하는 행위, 찬양이 포함된 예배를 인터넷에 중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호커 대표는 “관련 법이 강화됐는데도 한국 교회는 저작권법 위배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198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CCLI는 27개국 24만여 교회가 사용자 회원으로 참여하는 세계 최대 찬양 저작권 사역단체다. 소니·EMI·힐송·킹스웨이·마라나타 뮤직 등 4000여 저작권자와 출판사 등의 저작권 관련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CCLI는 국내 CCM 3000곡을 비롯해 전 세계 24만여곡을 관리하고 있다. 제휴사 영상 저작권도 보유한다. 호커 대표는 지난해 10월 CCLI 코리아를 설립했다.

-왜 CCLI와 같은 저작권 단체에 가입해야 하는가.

“거꾸로 묻고 싶다. 왜 가입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CCLI에 가입하면 합법적으로 음원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료는 창작자들에게 돌아가고, 남는 수익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 비용은 창작자와 사용자를 위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쓰인다.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용이 든다. 미자립교회는 적은 사용료도 부담이 되지 않는가.

“출석 교인 수에 따라 연간 사용료가 책정돼 있다. 1∼15인 규모 교회는 연간 2만9000원이다.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먼저 신앙인으로서 도덕성(integrity)을 지키는 것이다. 또 불법적으로 저작권을 사용할 때의 불안감이 없다. 그 사용료는 다시 크리스천 창작자들에게 돌아간다.”

-궁극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떤 이는 하나님 음악에 어떻게 값을 매기느냐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예술인이 정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면 더 좋은 창작물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 입증돼 있다. 우리가 더 크고 행복하게 찬양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 왜 그런가.

“공짜 좋아하는 건 만국 공통이다(웃음). 대개 남의 물건 500개를 훔치는 건 심각하게 여기면서도 저작권과 같은 무형 자산을 훔치는 것에 대해서는 별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만약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누군가 자기 곡인 양 부른다면 큰 일 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훔치는 것도 도둑질이다.”

-다른 나라의 CCLI 가입 현황은 어떤가.

“CCLI는 미 오리건주 바이블템플 교회 하워드 라친스키 목사가 시작했다. 84년 가톨릭교회를 상대로 벌어진 3100만 달러 소송에 자극 받아 시작했다. 88년 정식으로 시작돼 현재 미 교회 60%가량이 CCLI에 가입돼 있다. 93년 시작된 호주는 가입률이 70% 정도다.”

-한국에는 이미 다른 저작권 단체들도 많다.

“우리는 다른 저작권 업체들과 경쟁하려는 게 아니다. 동역하길 원한다. 우리 목표는 저작권자들을 도와주고 더 나은 음원 생태계가 한국 교회에서도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카피캐어아시아 광수미디어 등 20여개 저작권 단체와 공동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가.

“저작권을 보호하려면 저작권자 표기부터 바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천관웅의 ‘나 주의 얼굴 보네’ 찬양이 각 출판사 악보에는 저작권 관리자가 다르게 표기돼 있다. 이런 것을 통일하기 위한 논의다. 우리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사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