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밀렵조직과의 첨단 전쟁] GPS·드론까지 띄웠다
입력 2013-12-14 02:32
세계는 지금 ‘아프리카 코끼리·코뿔소 구하기’ 작전 중이다. 최근 범죄조직들이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의 뿔을 노리고 밀렵을 일삼자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야생 동물의 멸종을 막고, 범죄 조직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불법 코끼리 사냥 감시(MIKE)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2일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에 모였다. 상아 무역 당사국과 주요 코끼리 서식 국가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밀렵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밀렵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케냐 야생동물보호구역의 밀림에서는 지난 6일(현지시간)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펼쳐졌다. 야생동물보호구역의 관리인들이 상아와 코뿔소를 노리는 밀렵꾼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영국 공수부대의 지도를 받은 것이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관리인들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밀렵꾼에 의해 이곳의 관리인 10명이 숨졌다고 BBC가 전했다.
첨단 장비도 등장했다. 케냐야생보호청(KWS)은 지난 3일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지원을 받아 코뿔소 약 1000마리의 뿔에 위치추적장치(GPS)를 삽입했다. 코끼리 상아에도 위치 추적이 가능한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 케냐 정부는 밀렵꾼뿐 아니라 밀매에 가담한 중개무역상, 구입자들까지 추적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드론(무인 정찰기) 30대를 구입했다. 그동안 이용해 온 헬리콥터는 넓은 지역을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론은 적외선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야간에도 순찰이 가능하다. 2년간 운영비는 대당 30만 달러(약 3억2000만원). WWF도 코끼리와 코뿔소 밀렵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드론을 투입할 계획이다.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정부와 코뿔소 밀렵방지를 위해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밀렵꾼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하고 있다. 남아공 법원은 지난해 12월 코뿔소 밀렵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은 거액의 보상금을 내걸었다. 지난달 13일 라오스의 밀렵 조직인 ‘자이사방 네트워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 최대 100만 달러(약 10억5400만원)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지난 7월 대통령 산하에 밀렵 관련 특별 대책반과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달 야생동물보호청(USFWS) 등이 25년간 밀렵꾼과 밀수업자로부터 압수한 상아 6t을 밀렵꾼들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폐기했다. 필리핀도 압수된 상아가 밀반출돼 암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아 5t 정도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케냐도 2011년 압수한 상아를 불에 태워 없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연구진은 지난 7월 냉전시대 핵무기 실험으로 대기 중에 퍼진 탄소를 이용해 코끼리 밀렵을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코끼리에 축적된 방사성 탄소를 분석해 숨진 시기를 추정, 거래가 금지된 1989년 이후에 불법 사냥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