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밀렵조직과의 첨단 전쟁] 웅덩이에 청산가리 풀어 독살

입력 2013-12-14 01:33

아프리카 코끼리와 코뿔소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의 값어치가 치솟으면서 밀렵꾼들이 이 야생동물들을 가만두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매년 3만 마리의 아프리카 코끼리들이 밀렵으로 희생되고 있다며 “아프리카 전역에 피 묻은 코끼리 사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고 보도했다. 17분에 한 마리꼴로 숨을 거두는 셈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밀렵에 희생당한 규모가 예년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실으며 머지않아 코끼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역시 향후 10년 안에 아프리카 코끼리의 20%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UCN은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1년 아프리카 코끼리 2만5000마리가 사라졌고, 2012년 2만2000마리가 죽었다고 전하며 ‘코끼리의 멸종’을 우려했다.

밀렵꾼들의 활동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짐바브웨에선 밀렵꾼들이 코끼리를 잡기 위해 청산가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야생동물보호단체인 ‘짐바브웨 야생보호 태스크포스(ZCTF)’는 “밀렵꾼들이 야생국립공원의 물웅덩이에 청산가리를 풀어 한 달에 코끼리 300마리를 독살했다”고 전했다.

코뿔소도 위기 상황이다. 전 세계 코뿔소의 80% 정도가 서식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밀렵으로 희생된 코뿔소는 2007년 13마리에서 2010년 333마리, 2012년 668마리로 급증했다. 올해는 9월 말까지 이미 700마리 이상이 희생됐다. 남아공 정부 관계자는 “이것은 밀렵이 아니라 학살”이라고 했다.

이처럼 밀렵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급격히 부를 축적한 중국 중산층들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상아를 갖기 위해 비싼 돈을 들이고 있다. 1989년부터 매매가 금지된 상아는 장신구나 부적, 약재 등으로 쓰이며 ㎏당 200달러(약 21만원) 정도에 불법 거래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한해 상아 밀거래 시장규모는 70억∼100억 달러(약 7조3580억∼10조512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코뿔소의 뿔은 암 치료제나 정력제로 알려지면서 ㎏당 6만5000달러(약 683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밀렵은 범죄조직의 주요 자금줄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9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쇼핑몰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 반군단체 알샤바브가 대표적이다. 케냐 야생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난 18개월 동안 케냐 야생동물 밀렵 암거래를 조사한 결과, 알샤바브가 자금의 약 40%를 코끼리 상아 밀거래로 충당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수단의 민병대 잔자위드와 우간다 반군조직 ‘신의 저항군(LRA)’ 등도 중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코끼리 밀렵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