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낮아짐을 생각하는 계절

입력 2013-12-14 01:34


마가복음 10장 43∼45절

우리는 지금 주님을 간절히 고대하는 대림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대림절은 주님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가장 낮은 자들을 섬기셨던 겸허함을 훈련하고 배우는 시간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낮은 곳에 오신 주님의 마음으로 채우는 시간입니다. 내 안에 있는 욕심과 허탄한 생각들을 버리고 조용히 위로부터 오시는 주님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의 기간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는 모두가 높은 곳에 오르려 하고 많은 것을 소유해야 성공이고 축복이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주님은 낮은 자리로 오셔서 가장 약한 이들을 섬기심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셨습니다. 낮아지고 비워냄으로 진정한 생명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물은 낙차가 클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예수님은 하늘보좌를 버리고 땅으로 내려오셨으니 그 낙차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 안에는 성공과 번영의 신학이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머리는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게 됐습니다. 그러나 대림절에 주님을 묵상하며 주님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와 섬기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서 모든 사람을 살리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의 자리는 영광과 번영의 자리가 아니라 섬김의 자리이며 자기희생의 자리입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태복음 16:24)

오늘 교회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영광의 길로 바꾸려 했던 것을 따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섬김을 받으려는 유혹’입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길은 온갖 비난과 모욕과 채찍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그런 길은 주님이 가실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때 그 좌·우편에 앉아 영광을 함께 누리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고 희생의 길을 가려는데 제자들은 영광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교회가 얼마나 더 성장하고 더 커져야 할까요. 몸집을 더 키우고 성장해야만 교회가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교회는 지금 세상으로부터 영향력을 받고 있습니다. 온갖 세속적인 것들이 교회를 지배해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회는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를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더 낮은 자리를 향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한국교회를 향해 주신 모든 것을 세상을 향해 비워내고 쏟아낼 때 교회는 다시 세상의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성경에는 주님이 세상에 오실 때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2:14)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주님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실 때 하늘에는 영광이 가득했고, 땅에는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과 평화가 넘쳤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는 영광을 돌리고 땅에서는 모든 불의가 제거되고 갈등이 사라지며 평화를 이루는 일입니다. 이번 대림절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속에서 주님을 만나는 그런 기쁨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핵집 목사 (서울 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