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그녀는 사막에 섰다
입력 2013-12-14 01:33
거의 10년 만에 그녀를 만났다. 10년 전 그녀는 자신감이 넘쳤었고 아름다웠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쌍꺼풀 진 눈은 더 깊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의 성공을 이야기했고 그 배후에 계셨던 하나님을 찬양했다. 날카로운 지성으로 교회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그녀의 신앙이 변해 있었다. 겨울밤이 더 깊어져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자 그녀는 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녀는 직장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견딜 수가 없었던 그녀는 세계 여러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여행 일정이 끝나갈 무렵 그녀는 사막으로 가게 되었고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사막 앞에 홀로 서게 되었다고 했다.
갑자기 그녀는 세계 속에 홀로인 자신을 아득히 느끼게 되었고 자신의 가치가 티끌 같은 존재임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 놓으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치며 이루어 놓았던 많은 것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나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인격에 대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분노하고 좌절했던 그런 것까지도 광활한 우주 속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가 그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무한히 크신 하나님의 존재와 그런 분이 자신을 품어 안으시는 사랑이었다고 했다.
그녀와 헤어져 차가운 겨울밤을 걸으며 인간의 상처에 대한 치유는 자신의 나약한 존재에 대한 자각과 티끌 같은 그 존재의 삶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지금도 때때로 숨이 막히는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상처란 그렇게 상흔을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상처 입힌 자에 메어 자신을 더욱 상처 입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한한 우주 속의 풀과 같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