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성택 처형사태 대처 차분함 잃지 않도록
입력 2013-12-14 01:49
북한의 2인자 장성택이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즉시 처형됐다. 김일성의 사위이자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고모부로 실세 중의 실세였던 그가 ‘반당반혁명종파행위자’로 낙인 찍혀 공개 석상에서 끌려 나간 지 불과 나흘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북한 내부에 심각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방향이 어디로 흐를지는 누구도 속단하기 어렵다.
중앙통신은 국가전복, 직위남용, 부정부패 등 갖은 명목을 들어 그의 처형을 정당화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당분간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 1인 독재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징표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은 북한 수뇌부가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엉뚱한 판단을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사실은 확인되지도 않은 북한 관련 유언비어를 함부로 퍼 날라 국민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의 처형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전달되고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행위 등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사실 베일에 가린 북한 내부 권력의 변화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를 자처하며 나타난 비전문가들이 갖가지 예측을 하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구태는 지양돼야 마땅하다. 재판이 끝나자마자 사형을 집행하는 집단을 어찌 이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상 상황이라 정부도 좌시할 수만은 없겠지만 과도한 대응으로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기 바란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북한 권력내부 투쟁의 문제다. 다만 남북관계에 지대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예의 주시하면서 긴장을 늦추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온건 개방주의자로 알려진 장성택이 처형된 마당에 북한은 외부와의 빗장을 더 굳게 닫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막 시장경제의 맛을 들이기 시작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도 더욱 확산될 것이 뻔하다. 언제든 무자비한 숙청이 자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권력층과 기득세력들의 공포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북한의 변화다.
당국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정책 변화를 예상하고 대처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선군정치를 입에 달고 사는 북한인만큼 발언권이 강해질 군부의 돌연한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차분함을 잃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꿰뚫어보는 예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