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방에서 바가지 쓰는 한국 소비자들

입력 2013-12-13 02:28

한국 소비자들은 역시나 ‘봉’이었다. 제 안방에서 제 나라 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가장 비싸게 주고 쓰고 있으니 말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세계 15개국 주요 도시에서 팔리는 32개 품목 60개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11개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제품을 싸게 팔면서 국내에선 비싸게 팔아 수익을 메우는 국내 기업들의 이중 플레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언제까지 품질로 승부하지 않고 자국민들의 호주머니만 털어 배를 불릴 건지 개탄스럽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3와 LG전자의 스마트폰 G2, 삼성전자 노트북 아티브 북4 등은 15개국 중 한국이 가장 비쌌다. 한국에서 106만7000원에 팔리는 갤럭시 노트3는 미국과 영국에선 각각 22만∼28만원 싸게 팔리고, 한국에서 125만원인 아티브 북4는 미국에서 63만7000원으로 반값밖에 안 됐다. G2 역시 한국에선 95만4800원이지만 네덜란드에서는 80만원에 팔리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현지 제품이 가장 저렴하고 해외 판매가격이 비싸다. 수출하려면 항공료 등 물류비용과 관세 등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은 국내 기업들이 수출 초기에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인하 정책을 쓴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가 삼성전자다. 그런데도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구시대 영업전략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는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스마트폰 보조금 공개를 포함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국내 시장은 고가 단말기 판매 비중이 94%로 북미(58%)나 아시아(27%)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크다. 스마트폰 출고가가 다른 나라보다 평균 20∼30% 높게 책정되고 여기에 보조금을 얹어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다 보니 가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통신비 거품을 없애려면 스마트폰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