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행정관 배후 규명 미적대면 대혼란 온다
입력 2013-12-13 02:37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과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는 정치적 주목도가 매우 높다.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신상정보 확인을 주도적으로 시도한 세력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 파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 중이던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했다는 야당 주장의 사실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급진전되던 수사가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의 배후를 캐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조 전 행정관은 인척 관계인 김모 안전행정부 국장의 부탁을 받고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을 통해 채군의 신상정보를 확인했다고 진술했으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전 행정관과 김 국장의 휴대전화 및 문자메시지에 그런 대화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다는 김 국장의 진술도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핵심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과연 누가 조 전 행정관에게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넘겨주면서 확인을 요청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조 전 행정관에 대한 청와대 자체 조사 자료 등을 확보해 배후를 캐고 있다지만 수사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수사가 주춤거리는 느낌이다. 검찰이 열쇠를 쥔 조 전 행정관을 네 번이나 소환해 조사했지만 거짓말을 하는 그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조 전 행정관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부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채 전 총장은 정보 유출이 있었던 지난 6월, 청와대와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원 전 원장이나 그를 돕는 세력이 채 전 총장을 흠집내기 위해 혼외자 공개를 시도했을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청와대 비서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움직였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조 전 행정관이 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휘하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도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진실은 검찰이 밝히는 수밖에 없다. 조 전 행정관과 그 주변을 샅샅이 뒤져 배후를 찾아내야 한다. 행여나 청와대 눈치를 보고 축소 혹은 은폐를 시도했다가는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적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