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정치관여 못하도록 강력한 방지책 있어야
입력 2013-12-13 02:47
자체개혁안 국회 제출… 여야 합리적 방안 도출하길
국가정보원이 12일 자체 개혁안을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대선개입 파문으로 1년 내내 정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국정원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 비로소 본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여야는 국정원개혁특위 가동에 합의하면서 주요 개혁 방안을 연내에 입법 처리키로 의견을 모은 바 있어 올 연말쯤이면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다. 따라서 차제에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생각조차 가질 수 없도록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정원의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에도 반성의 흔적이 엿보인다. 국회와 정당, 언론사에 대한 연락관 상시출입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직원에게 정치개입 금지 서약을 제도화하겠으며, 퇴직 후 3년 내 정당가입 및 활동을 금지하고 부당명령심사청구센터와 적법성심사위원회를 설치·운영하겠다는 내용 등은 정치개입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문제를 일으켰던 방어심리전 업무는 북한 지령과 북한 체제 선전선동 등과 관련된 것으로 국한됐고,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 관련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의 일탈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다시는 정치에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정원 직원이 선거에 관여하는 일이 재발할 경우 국정원은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게 될지도 모른다. 남 원장은 위기의식을 갖고 기강 확립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처벌 강화와 내부 고발자의 신분 보장 등이 자체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정부기관에 대한 연락관 상시출입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 등이 불만일 듯하다. 불법적인 정치활동과 부당한 정보 수집 행위를 봉쇄하기 위해선 국정원의 보고 내용보다 강화된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 국정원개혁특위에서 토론을 거쳐 합리적 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개혁을 이유로 국정원의 고유 활동을 위축시키는 무리한 주장은 자제해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예산의 투명한 공개 등의 요구가 대표적 사례다. 점차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는 북한의 대남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또 고도의 비밀과 장기간의 공작을 요하는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예산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환경은 엄중하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동북아의 파고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개입의 여지는 빈틈없이 차단하되 대공과 대테러, 국제범죄 등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 테러방지법과 사이버위기관리법의 제·개정도 서두르길 바란다. 그것이 국정원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