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어디로] 번번이 좌절된 ‘개혁의 칼’… 이번엔 성과 낼까?
입력 2013-12-13 01:48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움직일 듯 요란했으나 나온 것은 쥐 한 마리).
국가정보원 개혁 논쟁은 늘 시작은 창대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 12일 국정원이 발표한 자체 개혁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안이 국회에서 쏟아졌지만 여야의 논쟁 끝에 결국 처리되지 못했고, 국정원의 막강한 권한은 유지됐다.
국정원 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온 것은 김대중정부 시절부터다. 김대중정부는 1999년 ‘작고 강력한 정보기관’을 내세우며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또 국정원장의 직급을 부총리에서 장관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명칭이 바뀌고 일부 조직이 축소됐을 뿐 논란이 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국정원 산하 국내 정보 파트는 그대로 유지됐다.
노무현정부 때는 국정원 개혁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했다. 2005년 국정원의 ‘삼성 X파일’ 관련 불법 도청이 폭로되면서 17대 국회에서는 국정원 개혁 법안이 10여개나 제출됐다. 당시 개혁 법안은 ‘국정원의 정치 관여행위 처벌 강화’ 등 지금과 매우 흡사하거나 ‘대공수사권 폐지’ 등 지금 여야 합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안이 나오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대통령 주례 대면보고를 폐지하고 재야 단체 출신인 고영구 변호사를 국정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정부와 당시 열린우리당의 개혁 동력은 떨어졌다.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은 당시에도 대공수사권 폐지에 반대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6년 “지금처럼만 가면 제도적으로 큰 개혁을 안 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말하면서 김을 빼기도 했다. 결국 국회에 제출됐던 국정원 개혁 법안들은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는 국정원의 정치화가 극심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폐지됐던 국정원장 독대를 부활시켜 원세훈 전 원장과 수시로 독대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국정원이 트위터 등을 통해 정치 글을 게시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여야는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고 올해까지 처리할 법안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정원이 제대로 개혁될지 미지수다. 국회 정보위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정권 초기마다 개혁 바람을 맞아왔기 때문에 예리한 반대 논리를 개발해 왔고 그 논리가 축적돼 있다”며 “직무감찰, 회계감사 등 국회에 의한 통제만 강화돼도 이번 특위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