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어디로] 정치개입 명령, 이의신청 통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화

입력 2013-12-13 02:46


국가정보원이 12일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 보고한 자체 개혁안은 정치개입 소지를 차단하고 방어심리전 업무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형식적으로는 법 개정보다 제도 운용 개선에 무게가 실렸다.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정치개입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내부 장치 마련에 치중한 점이 특징이다.

우선 지난 3일 여야 4자회담에서 연내 입법 또는 처리하기로 했던 국회 정보위원회의 상설상임위화,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 정치관여 행위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연장, 정보기관의 불법 감청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자체 개혁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예산 통제 강화에 대해 “세계 어떤 정보기관도 예산을 공개하는 사례는 없다”며 “현재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내부고발자의 신분보장과 관련해선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와 관련 법률이면 충분하다”고 답변했고, 직무집행 거부권에 대해선 “국정원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로부터의 통제 대신 현행법과 제도를 잘 활용해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는 것인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국회와 정당, 언론사에 대한 연락관(IO) 상시출입 제도 폐지를 첫 번째 개혁 방안으로 내세웠다. 양당 합의사항에 들어 있는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 및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 행위 금지’를 반영한 안이다. 하지만 출입을 금지하는 기관이 제한돼 있고 필요하면 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사실상 진전된 부분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모든 직원에 대해 정치개입 금지 서약을 의무화했다. 퇴직 후 3년 동안 정당 가입과 활동을 금지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직원이 국정원을 그만두더라도 정당 활동을 하기 위해선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조치다.

‘부당명령심사청구센터’와 ‘적법성심사위원회’는 자체 개혁안에 담긴 대표적인 내부 개혁 장치다. 국정원 직원이 상부의 부당한 정치개입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부당한 명령에 대해 심사청구센터에 이의신청하면 심사위원회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에서 파견된 검사 2명이 심사를 주도하도록 했다. 기조실 법무처에 ‘준법통제처’를 두고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질 만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전 법률 조언 및 자문을 의무화한 안도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은 “국정원이 앞으로 절대 정치개입을 안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방어심리전 영역을 구체화한 것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어느 선까지가 방어심리전에 해당되는지’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방어심리전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특정 정당과 정치인 관련 언급은 금지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