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속도 급강하 착륙 전에 알았다” 아시아나 사고機 기장 진술

입력 2013-12-13 01:55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사고 당시 조종사들은 착륙 비행속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워싱턴DC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조종사들은 비행속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국 기장은 “주비행표시장치(PFD)에 속도가 최저 범위를 의미하는 회색 구간 이하로 떨어진 것을 봤으며, 속도계 하강 혹은 오토스로틀(자동속도조절장치) 해제 등의 표시도 본 것 같다”고 답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당시 부기장석에 앉았던 이정민 교관기장이 ‘재상승(go around)’이라고 말하면서 조종대를 밀었으나 기체는 활주로에 부딪히면서 회전했다고 이 기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공항의 계기착륙 시스템(ILS)이 고장난 상태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며 착륙 전부터 상당히 긴장해 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기장은 또한 교관기장만 비상행동 개시를 지시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 착륙고도와 속도가 지나치게 낮은 점을 알아차리고도 곧바로 착륙 포기와 재상승을 하지 못했다고 조사관에게 진술했다. 봉동원 부기장은 하강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미 연방항공청(FAA) 시험조종사인 유진 아널드가 보잉777 기종의 오토스로틀 설계 문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아널드는 조종지시장치(FDS)를 일부만 켜놓은 상태에서는 오토스로틀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결국 항속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잉 측은 비슷한 설계가 다른 기종에도 적용돼 있다면서 최종 결정을 조종사에게 맡기기 위한 의도로 설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NTSB는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사고 조사를 사고 1주년이 되는 내년 7월쯤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