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 넣어 건강식품 팔고 유통기한 지난 항정살 호텔 납품… 불량식품 유통 113명 구속

입력 2013-12-13 01:40


정부가 불량식품 제조·유통을 4대악 중 하나로 지목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여전히 상당수 가짜 건강식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성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건강식품으로 판매하거나 오용할 경우 위험한 재료를 기준치의 4배 이상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청은 올해 불량식품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여 지난달까지 불량식품 제조·유통사범 437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13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단속 과정에서 불량식품 1627t(15t 트럭 109대 분량)을 압수했다.

지난 7월 경찰이 구속한 식품업체 대표 이모(50·여)씨는 독성 식물인 ‘초오(草烏)’를 넣은 건강식품을 제조·유통시켰다. 초오는 아코니틴이라는 독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과용하면 신경계와 심근기능이 마비된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이씨는 초오를 넣은 제품이 “고지혈증과 당뇨에 효능이 있다”고 광고해 70억원어치를 유통시켰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중국에서 밀수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홍삼 음료와 섞어 만든 가짜 건강식품을 팔아넘긴 일당이 붙잡혔다. 가짜 건강식품은 전국에 유통됐고 미국과 일본 등 20여개국으로 수출되는 등 32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이 제품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기준치보다 최대 4배 이상 많았고 사용이 금지된 물질도 포함됐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오용하면 심혈관 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5월 구속된 식육포장업자 배모(42)씨는 유통기한이 지난 저질 항정살을 헐값에 사들여 지방을 제거한 뒤 냉동·유통기한을 속여 전국에 유통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5억4000만원을 챙겼다. 배씨가 유통한 항정살 중 일부는 호텔 뷔페에 식자재로 납품되기도 했다.

불량식품 사범 중에는 식품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로 검거된 경우가 34.5%로 가장 많았고 위해식품 제조·유통행위가 24.5%로 뒤를 이었다. 무허가 식품 제조 및 유통은 16.7%,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는 14.4%를 차지했다. 구속된 113명 중에는 위해식품 제조·유통사범이 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산지 거짓표시 30명, 허위 과장광고 16명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저질 건강식품을 효능이 뛰어난 제품으로 속여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허위·과장 광고한 사기 행위가 가장 많았다”며 “단속에만 그치지 않고 위반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폐쇄 등 행정처분도 병행해 재발 방지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