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상조회사 인수… 회원 적립금 140억 빼돌려
입력 2013-12-13 02:28
자기 돈 한 푼 없이 사채 자금을 끌어다 상조회사를 인수한 뒤 회원들이 납부한 적립금 140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적발됐다. 사채업자와 부동산 개발업자, 기업 인수·합병(M&A) 브로커 등이 야합해 회원 4만명의 중견 상조회사를 인수 2개월 만에 거덜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전형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그린우리상조 전 대표 최모(51)씨와 송모(42)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M&A 브로커 안모(42·별건 구속)씨와 사채업자 김모(53)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2명을 지명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린우리상조 인수는 처음부터 상조회사의 풍부한 현금을 노린 계획 범죄였다. 각본은 사채업자 김씨가 짰다. 건설업체 S개발 대표였던 최씨는 지난해 1월 아파트 건설 시행에 필요한 돈을 김씨에게 빌리려 했다. 그 무렵 브로커 안씨는 매물로 나온 그린우리상조를 인수하기 위해 역시 김씨에게 자금 조달을 요청했다. 이에 김씨는 최씨에게 “돈을 일부 댈 테니 그린우리상조를 인수해라. 상조회사 현금으로 아파트 시행 사업도 하면 일석이조 아니냐”고 유인했다. 안씨에게는 M&A 중개 역할을 해주면 인수 금액의 3%를 주겠다고 제안해 범행에 가담시켰다.
최씨는 지난해 2월 김씨로부터 65억원을 조달하고, 다른 사채업자 2명에게 나머지 65억원을 빌려 130억원에 그린우리상조 경영권을 인수했다. 김씨가 속칭 ‘초단기 찍기 자금’으로 대여한 65억원 중 22억원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57·수감 중) 회장이 자금세탁 목적으로 맡겨뒀던 돈이었지만 김씨는 이를 숨겼다고 한다. 김씨는 인수 5일 만에 상환을 요구했고, 최씨는 창업투자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위장해 상조 적립금을 빼돌려 65억원에 이자 2억여원을 더해 갚았다.
최씨는 같은 해 3∼4월 적립금 44억여원을 횡령해 자신의 아파트 시행 사업에 사용했다. 나이트클럽 투자 및 생활비 등에도 24억원을 썼다. 회사 회계장부에는 관련 내역이 기재조차 되지 않았다. 이렇게 인수 2개월 만에 적립금 140억원이 탕진됐다.
결국 2011년 5월 기준 자산규모 220억원으로 업계 9위였던 그린우리상조는 지난달 폐업했다. 기존 가입자 4만여명에 대한 계약은 13억원을 받고 다른 상조업체로 양도했다. 최씨 등이 인수한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조회사는 현금성 자산이 많은 데다 통제 장치가 부족하고 피해가 드러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경영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며 “경영자의 독단적 자금운용을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