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의 껴입고 담요 둘러도 손 호호 발 동동… ‘냉동고 교실’ 우리 아이들이 언다

입력 2013-12-13 02:27


“수면치마 없으면 공부 못해요. 어휴∼ 얼마나 추운데….”

12일 오후 서울의 한 여고 교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캔 커피로 손을 녹이며 교실로 돌아온 여고생들이 각자 자리에 벗어뒀던 수면치마를 둘렀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5도를 기록한 이날 오후 교실의 실내온도는 영상 10도. 하지만 오전 수업 이후 난방을 하지 않은 교실의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5도 이상 낮게 느껴졌다.

동물모양 털신을 신고 손을 호호 불던 전모(17)양은 “우리 교실은 북향이라 햇빛도 전혀 안 들어 더 추운 것 같다”며 “지난주 반 전체가 인터넷에서 8000원짜리 수면치마를 공동구매했다”고 불평했다. 이 학교 상담교사 김모(27·여)씨는 “그나마 교실은 오전에라도 난방을 하지만 상담실은 전혀 안 한다”며 “매일 퇴근하자마자 이불을 덮고 꽁꽁 언 손발을 녹여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강추위를 앞두고 일선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냉동고 교실에서 더 이상 수업을 못 하겠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개인용 담요를 준비하거나 히트텍(내복)을 두 겹씩 껴입는 등 저마다의 ‘월동 노하우’로 추위에 맞서고 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오전 2시간만 난방을 해야 하는 학교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신식 난방시설을 갖추고도 마음껏 난방을 하지 못하는 까닭은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탓이 크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교육부의 ‘2012년 학교회계 학교운영비 및 전기요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초·중·고교가 지출한 공공요금 중 전기요금은 절반에 가까운 49.4%를 차지했다. 교총 관계자는 “전자칠판 등 IT장비가 교실마다 보급돼 전기 사용이 늘어나 학교마다 난방비 압박이 더욱 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고교의 이모(59) 교장은 “오후 1∼5시에 ‘전기요금 피크제’가 적용되는 것도 초·중·고교의 전기요금 단가가 다른 학교급보다 더 비싼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교 때까지 정규수업이 있는 초·중·고교는 피크제 적용 시간에도 사용량을 줄이기 어려워 그나마 난방시설 가동 중단으로 전기요금 줄이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냉동고 교실’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 대한 별도의 운영비 보전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전력요금 개편안에서 교육용 전기요금 단가는 동결됐고, 기본요금도 6090원에서 5550원으로 8.9% 인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6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교육용 전기 인상률(4.3%)은 농사용(1.29%)의 3.3배, 주택용(1.63%)의 2.6배, 일반용(3.71%)보다도 1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근 의원은 “교육부는 그동안 초·중·고교가 다른 교육 시설보다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했던 ‘이상한 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전환하되 이에 따른 전기요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