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평창 KTX, 용산역 경유 못한다”… 동계올림픽 공약 어그러질 위기

입력 2013-12-13 03:28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가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내걸었던 ‘인천공항~평창 KTX 노선’ 공약이 어그러질 위기에 놓였다. 원활한 관광객 수송과 경제성, 향후 활용도를 고려하면 서울 도심의 용산역이나 서울역을 경유하는 노선 신설이 필수적이지만 두 역사(驛舍)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국가 신인도 타격과 향후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 차질 등 적지 않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국민일보가 12일 국토교통부·평창올림픽조직위·철도시설공단 등을 취재한 결과 국토부가 평창행 KTX 경유지로 발표한 용산역은 KTX 열차가 정차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평창행 KTX 열차를 중앙선 전동열차와 경춘선 ITX청춘열차가 사용하는 1·2번 승강장을 사용토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승강장은 전철과 ITX를 위해 고상홈(객차 바닥과 높이가 같아 계단 없이 탑승하는 승강장)이 설치돼 있어 저상홈(객차 바닥보다 낮은 승강장)을 사용하는 KTX 열차가 정차할 수 없다.

승강장 높이를 낮추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루 240회 이상 오가는 중앙선과 경춘선 ITX 운행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선로 구조상 다른 승강장을 사용할 수도 없다. 다른 승강장은 모두 포화상태여서 경부선·호남선 운행을 포기하거나 대폭 줄여야 한다. 또 1·2번을 제외한 모든 승강장이 서울역 방향으로 연결돼 있어 승강장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가 대안으로 검토 중인 서울역도 평창행 KTX 정차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색역과 서울역을 잇는 경의선은 차량기지를 오가는 열차들로 선로 용량이 이미 포화상태다. 내년부터는 인천공항과 경부선·호남선을 연결하는 KTX 열차까지 다닐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에만 다른 열차를 인근 역으로 돌리고 서울역을 이용하는 것도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어차피 경춘선 출발점인 용산역을 경유해야 하는데, 서울역과 용산역을 잇는 철도와 주변 시설이 낡아 높은 속도를 낼 수 없다. 관광객이 몰리는 올림픽 기간에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올림픽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예산도 배정되지 않아 구체적 계획은 없다. 용산역 임시 승강장 설치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시 승강장은 올림픽 이후를 고려하지 않은 ‘일회용’ 대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