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이후] 다 죽었던 ‘대북 휴민트’ 되살아난다
입력 2013-12-13 01:48
2000년대 중반 이후 끊겨 버렸던 북한 내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 루트가 다시 재건되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과정에서 북한 최고지도부 내부 움직임을 비교적 상세하게 포착하면서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국가정보원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대북 정보능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주문하고, 남재준 국정원장도 상당한 공을 들이면서 휴민트 루트의 부활 조짐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국민일보와의 접촉에서 “우리 국정원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의외로 많이 파악하고 있다”며 “남 원장이 ‘1차장=휴민트 등 대북 정보, 3차장=국가안보 관련 기술적·전문적 정보(테킨트·TECHINT)’ 체제를 굳히면서 지도부 인사들을 포함한 북한 내부 동향을 상세하게 파악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번 숙청과 관련된 정보의 소스를 일절 함구하고 있다. 정보기관 특성상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를 알리는 것 자체가 정보력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장성택 숙청’ 방침이나 장 부위원장 최측근들의 처형 등을 북한 발표보다 무려 1주일 이상 빠르게 포착하려면, 휴민트 루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한 정보 전문가는 “그 정도의 1급 정보는 풍문으로 듣는 수준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인데 북한 고위층 인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국정원이 자신 있게 공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휴민트는 1990년대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상당부분 폐쇄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의 국정원 수장들이 필요 이상으로 휴민트의 ‘존재’를 자랑하는 바람에 북한 내부에서 이들이 대거 발각됐다는 것이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당시 우리 정부는 며칠 뒤 정확하게 핵실험의 규모와 사용된 핵물질 성분을 분석해 공개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국회 보고 과정에서 “핵 실험장 근처의 물을 직접 휴민트가 떠 와서 분석한 것”이라고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 200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심장수술을 받자,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다가 쓰러졌다”거나 “수술 집도의인 프랑스 의사 신원도 안다”고도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국회 정보위에서 휴민트 루트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김 위원장 일거수일투족을 수시로 공개하는 바람에 대북정보라인 붕괴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