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의 민낯] “피해자 모욕” 글자 하나에 벌금 10만원, “모욕·협박” 징역 4개월에 집유 1년

입력 2013-12-13 01:52


욕하거나, 음란하거나, 비방하거나.

모욕감을 주는 욕설, 성적 수치심을 주는 음란한 말,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사실 등이 형사처벌을 받은 ‘악플’의 공통점이었다. 아주 짧은 문장 한 줄 때문에 처벌된 경우도 있다. 악플은 양보다 내용이 유무죄를 가르는 요소였다.

◇글자 하나에 벌금 10만원=지난해 5월 대학생 Y씨(22)는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짧은 댓글을 달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난 부모님 욕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부모를 욕할 수 있나’라는 내용의 게시물에 그는 ‘니 애미 XX’라고 썼다. 법원은 “피해자를 모욕했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한 글자당 10만원꼴이다. 방송에 출연한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영복 사진을 올리자 ‘코 봐, 그 뒤에 XX 넣었나’라는 한 줄을 달았다가 벌금 50만원이 선고된 공익근무요원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논쟁에 끼어들어 한마디 거든 게 화근이 되기도 했다. 충남 공주시 N씨(30)는 한 애견 커뮤니티에서 애완견 분양과 관련된 논쟁을 지켜보다 ‘X 또라이네’라고 했다가 벌금 30만원을 내야 했다. 같은 논쟁에 ‘그XX 또라이구만, 마음치료 잘하세요’라고 끼어든 R씨(28)도 같은 처벌을 받았다.

◇음란하거나 지독하거나=여대생 H씨(22) 등은 아이돌 가수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오빠(아이돌 가수)들 앨범 사주려고 몸 판다’는 내용의 글로 팬클럽 회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해당 팬클럽 회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비난했다는 이유였다.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음란한 표현을 10여 차례 게재해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의 음란물 유포 혐의가 적용됐다.

무려 4페이지나 되는 장문의 글로 처벌된 경우도 있었다. 전북 전주의 K씨(39)는 지난해 말 인터넷 카페에 ‘마음의 힐링을 위해서라면 나에게 욕설을 해도 된다’는 글을 올렸다가 실제 욕설이 올라오자 돌변했다. 자신을 욕한 A씨(33·여)의 사진을 공개하고 가슴이 작다고 모욕하면서 “찾아내 성폭행하고 죽인다”는 긴 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모욕죄에 협박죄까지 인정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카더라 통신, 욕설 없어도 엄벌=부산의 항공기 승무원 학원 직원인 J씨(34)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부산 승무원 어디가 좋을까’라는 물음에 익명으로 자신이 일하는 학원을 깎아내린 글을 썼다. ‘원장이 항공사에서 도벽으로 해고됐고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학원은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J씨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학원 처우에 대한 불만에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주된 내용이 개인 험담이어서 정보 제공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영업에도 지장을 줬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사실로 인정되는 내용을 점잖게 썼지만 처벌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유통업 종사자 M씨(45)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인을 비방하며 ‘유부녀를 이혼시켜놓고 그 위자료로 월세와 생활비와 용돈과 대학등록금까지 빼먹었다’는 글을 올렸다. ‘자네’ ‘충고하겠네’ ‘알고 있네’ 등 진중한 어투로 작성됐지만 재판부는 “명예를 훼손할 구체적 사실이 드러나 있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