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이나 정부 제재 검토
입력 2013-12-13 01:30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反)러시아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는 것을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민주적 대응 방식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고, 정부 제재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끔찍한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 2주간 있었던 평화적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새벽 특수부대와 진압경찰을 시위가 벌어지는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 투입해 바리케이드 철거 작전을 강행, 부상자가 속출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시위대에 협상을 제안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과격 진압을 이어간 것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평화적 시위를 민주적 권리로 존중하지 않고 특수부대와 불도저, 곤봉으로 대응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조치에 혐오감을 표시한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유럽차관보는 이날 오전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는 시위대와 면담한 후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았다”며 “민주적 유럽 국가에서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 “진심으로 비난한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생각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과거 폭압적으로 권력을 휘두른 정권에 대해 자산 동결이나 고위 공직자 여행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맺게 될 경우 어느 정도 규모로 지원할지를 놓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과 협의 중이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EU에 200억 유로(약 28조9868억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협정을 맺을 경우 최대 교역국인 러시아와의 무역이 타격을 받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내년 70억 달러(약 7조3550억원)의 대외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등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유로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EU가 이 정도 지원금을 출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