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풍 네바다 산악 美 가족 포함 6명 사흘 만에 구조… 극한상황 생존법 화제

입력 2013-12-13 02:27

미국에서 눈 폭풍 속에 실종된 6인 가족 일행이 영하 29도의 혹한 속에서 사흘 만에 동상도 입지 않은 채 멀쩡히 살아남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눈 폭풍이 몰아친 미 서부 네바다주(州) 산악지역에서 제임스 글랜턴(34), 크리스티나 매타이어(25) 커플이 조난을 당했다. 글랜턴의 자녀 둘과 매타이어의 조카 둘도 함께였다. 아이들은 3∼10세였다.

타고 가던 지프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길 아래로 전복됐다. 다행히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는 외딴 지역이라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차량 히터는 작동하지 않았고 밤이 되면서 영하 29도의 혹한이 찾아왔다.

이튿날 200명이 넘는 구조인력이 글랜턴 커플 일행을 찾아 나섰다. 행방이 묘연했다. 수색이 길어지면서 이들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구조대원은 드물었다. 하지만 조난 사흘 만인 11일 이들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주변을 더 놀라게 한 건 6명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은 이날 ‘네바다주 실종 일행의 생존 5계명’을 일제히 보도했다. 구호를 요청한다고 무작정 흩어지지 않고, 체온 보호를 철저히 하는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따랐던 덕분이었다.

조난 직후 글랜턴은 가장 먼저 모닥불을 피웠다. 차량이 뒤집히면서 히터가 작동하지 않아 체온 유지가 급선무였다. 그는 스페어타이어를 들고 나와 안에 나뭇가지를 넣어 불을 피웠다. 평소 사냥을 즐겼던 그는 모닥불이 구조대 수색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글랜턴은 돌멩이도 가져와 모닥불에 데운 뒤 차량 안으로 옮겨가 내부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했다. 커플 일행이 밤새 추위를 견딘 비법이다.

폴 버크 구조대장은 “돌멩이를 데워 체온을 유지한 방법은 매우 탁월했다”며 “구조 서적에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생존비법이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글랜턴은 또 구조를 요청하러 떠나는 대신 차 안에 머무르며 나머지 가족과 체온 유지에 집중했다. 구조 전문가들은 조난을 당하면 통상 가족 중 누군가가 구조대를 찾아 나서는데 이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랜턴 커플 일행이 조난된 지역과 가장 가까운 마을은 27㎞나 떨어져 있었다. CNN은 2011년 네바다주 같은 지역에서 캐나다 출신의 알버트·리타 크레티엔 부부가 조난을 당했는데 당시 남편인 알버트가 며칠 뒤 구조를 요청하러 나섰다가 추위에 숨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차량에 남았던 부인은 49일 뒤 구조됐다.

스티브 호우 구조 전문가는 “혹한 속에 구조 요청에 나섰다가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고 살아남더라도 동상을 입은 신체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플 일행이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던 점도 생존 비결로 꼽힌다.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긴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두꺼운 여벌옷을 챙기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비상식량과 물을 가져간 점도 이들을 도왔다. 비상식량은 하루 만에 동났지만 이들은 물을 마시며 견뎠다고 방송은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사전에 알려뒀던 점도 수색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휴대전화 신호 등으로는 수색 범위를 좁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