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냄비·팬·젓가락, 신체 구조까지 변화시켰다

입력 2013-12-13 01:48


포크를 생각한다:식탁의 역사/비 윌슨(까치·2만원)

황우석 교수는 2005년 체세포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배양했을 때 “한국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중·일 3국 가운데 유일하게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다. 이를 통해 습득된 손가락의 유연한 놀림이 줄기세포 획득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밝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음식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저자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우리가 가진 도구와 기술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냄비, 팬, 칼, 포크, 젓가락 등 부엌에 있는 수많은 도구들은 기나긴 역사와 수많은 발명들이 쌓인 결과물로 각각의 도구는 인류의 문화는 물론이고 신체구조까지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칼로 음식을 잘라먹게 되면서 이상적인 치열인 피개교합(윗니가 아랫니보다 살짝 앞으로 나와 있는 모양)이 탄생한 게 대표적이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대폭 증가하고, 냄비가 발명돼 음식을 삶아 먹음으로써 인류는 치아가 모두 없어진 후에도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관심을 받지 못했던 요리와 조리도구의 흥미로운 사례를 중심으로 역사적·문화적·기능적 측면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김명남 옮김.

박강섭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