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동양 세계관·미학 깃든 한자 구조·디자인
입력 2013-12-13 01:47
한자의 모험/윤성훈(비아북·1만8000원)
동양미학을 전공해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저자는 어느 날 제 발로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 자락에 있는 ‘지곡서당’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무려 3년간 있었다. 한자가 너무 재미있었던 저자는 사서삼경을 줄줄 외는 시험을 치르면서도 행복했다고 한다. 예컨대 봄 춘(春)자는 본래 풀을 나타내는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었다. 막 순을 틔우는 초목의 잎망울을 닮은 글자가 봄 춘(春)자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새순을 틔워내는 어려움, 그것이 ‘봄’이다.”
봄 춘 자에 이러한 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한자의 전체 구조와 디자인 안에는 동양의 세계관과 미학이 농축되어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 글자 안에도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한자는 동아시아 문명의 미니어처요, 대용량 USB 메모리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한자들은 대부분 수천 년 전에 태어나 지금껏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글자들이다. 그렇기에 한자를 조금만 살펴보면 머나먼 옛날, 수천 년 전 고대 사회에까지도 가 닿을 수 있다. 물론 진입 장벽이 꽤 높다. 하지만 고통스런 첫 관문만 열어젖히면 눈앞에 광대한 우주가 펼쳐진다. 저자는 태동고전연구소 연구원.
정철훈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