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공포정치의 末路
입력 2013-12-13 01:31
단두대는 공포정치를 떠올린다.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루이 16세가 단두대에 올랐다. 이듬해엔 조르주 당통, 독재자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코뱅당의 독재 시절에 30만명이 체포됐고, 1만7000명가량이 처형됐다. 혁명정부가 반혁명분자로 낙인찍으면 피할 도리가 없었다.
공포정치에 관한 한 옛 소련의 스탈린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악명이 높았다. 철권통치자로 군림한 그는 정적(政敵)과 장교는 말할 것도 없고, 소수민족인 유대·독일·폴란드계 사회주의자, 일반인까지 처형장으로 끌고 갔다. 장교들을 하도 많이 숙청·처형해 전쟁 때 군을 지휘할 인재가 부족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독일 독재자 히틀러의 만행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다른 민족을 학살하는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게르만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를 내걸고 유대인과 집시를 표적으로 삼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무고한 양민을 수없이 희생시켰다. 패색이 짙어지자 베를린이 함락되기 직전에 자살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자신과 아내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개인숭배를 강요하고 이를 통치술에 활용했다.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과 통치방식을 보고 비슷한 조치를 남발했다. 1989년 반정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다 임시정부에 붙잡혀 처형됐다.
북한 김정은 독재체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측근들 숙청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영호 총참모장을 경질할 때만 해도 죄목을 늘어놓지 않았다. 비교적 조용하게 내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연행하는 장면을 TV로 공개했다. “장성택을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는 주민 반응도 노동신문에 소개했다. 대명천지에 나온 반응치고는 섬뜩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한이 현재 김정은의 권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의 철통같은 대응태세를 주문했다. 앞으로 북한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독재자들은 스탈린을 빼곤 생전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스탈린 암살설이 제기됐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사후에 역사적 단죄를 받았다. 공포정치의 말로는 분명하다. 용수철을 강하게 누르면 강하게 튀어 오른다. 민중도 똑같이 반응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