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개혁개방이후 물질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의 오늘
입력 2013-12-13 01:33
흩어진 모래/이종인/산지니
중국의 문호 루쉰은 중국인을 개조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기 위해 미국 선교사 신분으로 20여 년간 중국에 머물렀던 아더 스미스(1845∼1942)의 저서 ‘중국인의 성격’을 번역하도록 후세에게 유언을 남겼다. 아더 스미스는 이 저서에서 중국인의 상술(생존방법)이 유태인보다 뛰어날뿐더러 수적으로 지구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생존 능력 면에서 서양인에게 끼치는 유태인의 영향력을 압도할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중국인의 결함을 근대서양인의 덕목으로 개조해야한다는 사고가 전제된 것이다. 그 결함이란 바로 ‘흩어진 모래’로 상징되는 중국인의 개인주의적 성격이다. ‘흩어진 모래’는 본래 근대 서양인들이 중국인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중국이 개인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비유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서양인들의 중국 담론에 내재하는 오리엔탈리즘적 응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루쉰이 이런 유언을 남겼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오늘날 신흥강국 G2로 부상한 21세기 중국몽(夢)을 논하기 앞서 20세기 초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인들은 20세기 내내 ‘흩어진 모래’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루쉰은 이러한 편견에 대해 중국인은 원래 ‘흩어진 모래’가 아니었으나 민중들이 단결하는 것을 두려워한 권력자들이 정치 조작을 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이며 중국민중들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감지하면 언제든지 단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책을 펴내며’)
이렇게 보면 루쉰은 중국인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긍정적으로 정치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통해 ‘흩어진 모래’의 이미지를 전복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개혁개방 이후 부자의 꿈과 군상들의 타락과정을 파헤친 소설인 위화의 ‘형제’(2005)를 예로 들면서, 인간의 본성을 잃고 물질문명에 집착하는 중국인과 개혁개방 이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어떻게 중국사회가 사회적 불평등이 조장되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본다. “‘형제’를 읽다보면 중국사회의 거대한 간극과 아울러 이러한 간극조차 동질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영원한 지속의 힘’이 류진 마을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류진 사람들은 현실과 역사가 중첩되는 거대한 간극과 아울러 현실과 역사의 변화를 무화시키는 영원한 지속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야 할 것이다.”(265쪽)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